셜록 홈즈는 친구인 왓슨 박사와 함께 비밀 종교의식의 제물로 희생될 뻔한 희생자를 구한 뒤 연쇄살인마 블랙우드를 잡아 경찰에 넘긴다. 그러나 사형당한 블랙우드가 무덤에서 살아나는 일이 발생하자 런던 시민들은 공포에 떤다. 당황하는 홈즈에게 그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 아이린이 나타나 사건을 의뢰한다.
아닌 게 아니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머리보다는 근력으로 승부한다. 시대적 배경은 1891년. 그러나 현대적인 분위기가 콘셉트로 홈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슴 사냥꾼 복장’은 아예 없다. 분필 가루와 손가락의 반지자국으로 왓슨의 약혼녀 메리의 이력을 추리하는 명탐정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펀치 볼 클럽에서 두뇌와 주먹을 적절히 이용해 등 뒤에 침을 뱉은 거구의 복서를 때려눕히는 싸움꾼이다.
‘셜록 홈즈’의 직접적인 원작은 리오넬 위그램의 코믹북이다. 위그램은 홈즈를 이렇게 상상했다. “아티스트나 시인과 같은 옷을 입은, 굉장히 모던한.” 23일 공개된 홈즈는 페도라를 비스듬히 눌러쓴 섹시한 액션 히어로다. 보헤미안이자 애국자요, 괴짜였다.
홈즈만 바뀐 게 아니다. 자신을 무지한 듯 표현해 홈즈의 탁월함을 부각시키던 소설 속의 내레이터 왓슨 박사는 군인다운 기백은 그대로이되, 호기심 충만한 인물로 바뀌었다. 주드 로가 연기하는 왓슨은 의사이자 전쟁 베테랑에 바람둥이요, 도박꾼이다.
마지막 대결의 장소로 미완성 상태인 타워브릿지를 선택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종교집단의 수장이요, 흑마법사로 추앙받는 블랙우드와 홈즈의 대결은 당시 과학을 집대성한 타워브릿지에서 과거와 미래, 광기와 이성의 대결로 부상(浮上)한다. 승리하는 쪽은 당연히 미래와 이성의 화신이다.
그런데 두뇌가 아니라 근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 꼭 홈즈여야 했을까. 새로운 캐릭터여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2007년 3월, 워너브러더스가 셜록 홈즈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건 영웅의 탄생으로 돌아가 프랜차이즈를 성공리에 안착시킨 ‘배트맨 비긴스’의 전례를 따르려는 계산에서였다. 그렇다면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속편을 낼 만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못 한 것 같다. 왜냐, 무릎을 치게 만드는 꼼꼼한 추리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재미를 평범한 액션으로 대체한 이 영화의 구성은 결코 흥미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라진 유물을 찾아 허물어진 고대 사원이나 정글을 뒤지는 인디아나 존스가 도시를 무대로 활약상을 펼친다고 홈즈로 바뀌진 않는다. 결정적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홈즈라고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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