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셜록홈즈]주먹 쓰는 ‘보헤미안’ 홈즈의 탄생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셜록홈즈]주먹 쓰는 ‘보헤미안’ 홈즈의 탄생

■ 셜록 홈즈 감독: 가이 리치. 출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주드 로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5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셜록 홈즈는 친구인 왓슨 박사와 함께 비밀 종교의식의 제물로 희생될 뻔한 희생자를 구한 뒤 연쇄살인마 블랙우드를 잡아 경찰에 넘긴다. 그러나 사형당한 블랙우드가 무덤에서 살아나는 일이 발생하자 런던 시민들은 공포에 떤다. 당황하는 홈즈에게 그가 사랑했던 유일한 여인 아이린이 나타나 사건을 의뢰한다.

 
 이름만 들어도 그의 열성팬들은 가슴을 설렌다. 셜록 홈즈. 역사상 가장 많이 영화화된 이 고색창연한 캐릭터를 어떻게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 감독 가이 리치와 제작자 조엘 실버는 의외의 아이디어를 냈다. 그들의 신작 ‘셜록 홈즈’가 내건 목표는 분명하다. 홈즈를 ‘액션 히어로’로 ‘현대화’하는 것.

 아닌 게 아니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머리보다는 근력으로 승부한다. 시대적 배경은 1891년. 그러나 현대적인 분위기가 콘셉트로 홈즈의 트레이드 마크인 ‘사슴 사냥꾼 복장’은 아예 없다. 분필 가루와 손가락의 반지자국으로 왓슨의 약혼녀 메리의 이력을 추리하는 명탐정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펀치 볼 클럽에서 두뇌와 주먹을 적절히 이용해 등 뒤에 침을 뱉은 거구의 복서를 때려눕히는 싸움꾼이다.

 ‘셜록 홈즈’의 직접적인 원작은 리오넬 위그램의 코믹북이다. 위그램은 홈즈를 이렇게 상상했다. “아티스트나 시인과 같은 옷을 입은, 굉장히 모던한.” 23일 공개된 홈즈는 페도라를 비스듬히 눌러쓴 섹시한 액션 히어로다. 보헤미안이자 애국자요, 괴짜였다.

 홈즈만 바뀐 게 아니다. 자신을 무지한 듯 표현해 홈즈의 탁월함을 부각시키던 소설 속의 내레이터 왓슨 박사는 군인다운 기백은 그대로이되, 호기심 충만한 인물로 바뀌었다. 주드 로가 연기하는 왓슨은 의사이자 전쟁 베테랑에 바람둥이요, 도박꾼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주드 로의 앙상블은 훌륭하다. 가이 리치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현란한 스타일을 맘껏 구사했다. 그 덕에 ‘셜록 홈즈’는 휘황하고 경쾌하다. 거대한 폭발 장면이 멋지고 정육공장의 서스펜스도 효과적이다.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타격의 순간을 최대한 느리게 세분화해 보여준 뒤 다시금 본래 속도로 동작을 복습시키는 두 차례의 장면도 눈길을 끈다.

 마지막 대결의 장소로 미완성 상태인 타워브릿지를 선택한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종교집단의 수장이요, 흑마법사로 추앙받는 블랙우드와 홈즈의 대결은 당시 과학을 집대성한 타워브릿지에서 과거와 미래, 광기와 이성의 대결로 부상(浮上)한다. 승리하는 쪽은 당연히 미래와 이성의 화신이다.

 그런데 두뇌가 아니라 근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이 꼭 홈즈여야 했을까. 새로운 캐릭터여도 충분하지 않았을까. 2007년 3월, 워너브러더스가 셜록 홈즈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한 건 영웅의 탄생으로 돌아가 프랜차이즈를 성공리에 안착시킨 ‘배트맨 비긴스’의 전례를 따르려는 계산에서였다. 그렇다면 가이 리치의 ‘셜록 홈즈’는 속편을 낼 만큼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는 못 한 것 같다. 왜냐, 무릎을 치게 만드는 꼼꼼한 추리와 뒤통수를 치는 반전의 재미를 평범한 액션으로 대체한 이 영화의 구성은 결코 흥미롭다고 말하긴 어렵다.

 사라진 유물을 찾아 허물어진 고대 사원이나 정글을 뒤지는 인디아나 존스가 도시를 무대로 활약상을 펼친다고 홈즈로 바뀌진 않는다. 결정적으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홈즈는 홈즈라고 받아들이기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3.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3.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4.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연내 착공 눈앞.. 행정절차 마무리
  5. 대덕구보건소 라미경 팀장 행안부 민원봉사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대전 분양시장 변화바람… 도안신도시 나홀로 완판행진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가 도안신도시로 변화한 분위기다. 대다수 단지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는데, 유일하게 도안지구의 공급 물량만 완판 행렬을 이어가며 수요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업계는 하반기 일부 단지의 분양 선방으로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내년에 인건비와 원자잿값 상승,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 등으로 인한 분양가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21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분양한 도안 2-2지구 힐스테이트 도안리버파크 2차 1·2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1208세대(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3649건이 접..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이어갈 원석을 찾기 위한 '2024 대전광역시장기 전국생활체육 펜싱대회'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다. 시장배로 대회 몸집을 키운 이번 대회는 전국에서 모인 검객과 가족, 코치진, 펜싱 동호인, 시민 2200여 명이 움집, '펜싱의 메카' 대전의 위상을 알리며 전국 최대 펜싱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 23~24일 대전대 맥센터에서 이틀간 열전을 벌인 이번 대회는 중도일보와 대전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전시펜싱협회가 주관한 대회는 올해 두 번째 대전에서 열리는 전국 펜싱 대회다. 개막식 주요 내빈으로는 이장우..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