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전우치]시대를 넘나드는 악동 영웅 납시오

  • 문화
  • 영화/비디오

[영화-전우치]시대를 넘나드는 악동 영웅 납시오

■전우치 감독: 최동훈. 출연: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5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의 손에 넘어가자 신선들은 천관대사와 화담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들을 봉인한다. 그 후 천관대사가 의문의 죽음을 맞고, 그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가 범인으로 몰려 개 초랭이와 함께 족자에 봉인된다. 2009년 봉인된 요괴들이 세상에 나타나고, 신선들은 내키지 않지만 전우치를 500년 만에 불러낸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했다. 나는 놈이 있으면 기는 놈도 있다. 전우치는 뛰고 날고 기고 다 한다. ‘전우치’는 올 초부터 2009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손꼽혀왔다. 멋진 대중영화 ‘범죄의 재구성’ ‘타짜’를 만든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을 아우르는 초호화 캐스팅에, 현실과 조선시대를 넘나드는 판타지 대작이라니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23일 공개된 영화의 평가는 엇갈릴 것 같다. 한국형 슈퍼히어로 탄생이란 점에서는 합격점을 줄만하다. 반면 기대치가 높았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먼저 칭찬부터. ‘전우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차별화되는 한국적 영화 오락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조선시대 고전소설 ‘전우치전’에서 캐릭터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핵심 모티브에서 볼거리, 웃음의 스타일까지도 한국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전우치 캐릭터는 매우 성공적이다. 건들건들하고 뺀질뺀질한 전우치는 꽤 흥미롭다. 진지함과는 담을 쌓은, 넉살좋고 익살맞은(심지어 마지막 화담과의 대결에서도 그의 장난기는 가시지 않는다) 캐릭터는 차별화된 한국형 슈퍼히어로의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는다. 지붕 위를 날아다니고 분신술을 펼치며 요괴와 싸우는 전우치의 액션도 날카롭고 스피디하기보다는 둥글둥글 유들유들한, 지극히 한국적인 선, 곡선이다.

 강동원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확고한 감을 잡고 자신 있게 연기한다. 유달리 와이어 액션이 많은 이 영화에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 못지않게 팔과 다리로 우아하고 부드럽게 연기한다. 국악을 변주하는 독특한 음악의 매력도 시종일관 유쾌하다.

 그러나 최동훈 영화가 늘 지녔던 구성의 짜릿함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기대치를 조금 낮추는 게 좋겠다. 둔갑술과 염력, 축지 등 잔재미는 가득하지만 그것들을 단단히 지탱하는 굵은 동아줄이 없다. 긴장감이 약하고 반복적인 내러티브는 결국 어느 순간부터 관객이 그때그때 펼쳐지는 코미디와 볼거리에만 몰두하게 할 뿐 이야기 진행 자체에 관심을 잃게 만든다. 최동훈 특유의 ‘뻥’하고 터지는 반전도 없다.

 전작들에 비하면 듬성듬성 구멍이 뚫려 있긴 해도 나름 허당의 즐거움이 썩 괜찮다. CG는 매끄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임수정의 팜므파탈 변신은 너무 짧아서 아쉬울 만큼 매혹적이다. 주진모 송영창 김상호가 연기하는 좀 모자란 신선 3인방은 ‘올해의 조연상’ 후보로 손색없다.

 정두홍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이 만들어낸 와이어 액션도 그동안의 한국영화 중 최고의 공중부양 액션을 선보인다.

 천방지축 전우치가 조선시대에 만난 미모의 양반 여인이자 현대에서 그녀와 꼭 닮은 배우 코디네이터 인경과 러브 라인을 형성하고, 원래 개였지만 사람이 된 초랭이와 슬랩스틱 코미디 호흡도 보여주는가 하면, 요괴들에 이어 마지막으로 화담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이야기는 신나고 유쾌하다. 창의적인 소재와 한국영화가 도전하지 못했던 장르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전우치’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