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이 뭐죠? 공부 경쟁 없이도 학업성취 최고인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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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다> 2.아이와 엄마의 교육천국 핀란드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25 11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핀란드는 북유럽의 끝인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스웨덴, 노르웨이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로 한반도보다 1.5배 크지만 인구는 515만 명밖에 안 된다. 북극과 붙어있기 때문에 1년의 절반 이상이 겨울로 해를 보기 어려운 곳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이는 전 국토에 걸쳐 빽빽하게 들어찬 자일리톨의 원료가 되는 자작나무 숲과 20만개의 호수, 18만개의 섬들로 이뤄진 자연환경과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복지수준 때문이다.

18살까지 지자체서 지원 초등~대학원 무상교육

현지인과 결혼해 핀란드에서 살고 있는 곽수현(34)씨는 “한마디로 이곳은 아이와 엄마의 천국”이라며 “타르야 할로넨(Tarja Halonen)이란 여성이 대통령이고 19명의 장관 중 12명이 여성일 정도로 여성의 위상이 높아 양성평등이 잘 보장되어 있으며 투명성과 사회제도, 국민수준 또한 높다”고 평가했다.


곽 씨는 여섯 살과 세 살배기 딸 둘을 두고 있는데 이곳 아이들은 태어나서 18살까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매월 100유로(약 17만5000원)씩 지급받고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 무상교육이며 병원진료비도 공짜다. 곽 씨는 또 “아이들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가장 짧고 예체능과 공작, 실험실습을 중시하며 가르치기보다 스스로 공부하게 한다”면서 “한국처럼 중학교에서 배울 과정을 초등학생 때 미리 가르치는 선행학습이란 개념이 없으며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핀란드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한 부담이 없는 나라지만 200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과학, 읽기,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연구결과 과학과 수학서 1위, 읽기능력서 2위를 차지한 것을 보면 훌륭한 공교육제도와 교육과 복지 등 사람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악기 연주·노래·독서 자유로운 문화공간 도서관

핀란드 교육의 핵심은 나이, 소득,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육'이라는 공공교육의 이념을 잘 살린다는 것이다. 이용자 편의를 위해 365일 문을 여는 도서관은 주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조용히 시킬 필요가 없고 아이와 엄마가 빵과 우유를 마셔가며 책을 보아도, 친구와 잡담을 해도 된다. 또 도서관카드 하나만 있으면 무료로 악기와 조명, 음악, 무대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자신이 만든 노래를 스튜디오에서 직접 부르고 음반으로 제작해 도서관 내에 있는 무대에서 발표하고 라디오를 통해 이를 방송할 수 있다.

도서관 한쪽 방에서는 음악을 녹음하고 다른 방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웃고 떠들고 있으며 어린이 책장 앞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맞은 편 테이블에서는 할아버지가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는 모습이 편안하고 자유롭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는 헬싱키중앙도서관을 비롯해 36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있는데 헬싱키시립도서관 기획자 크리스티나 비르따낸 씨는 “1960~70년대 실업자들에게 공부를 시키고 가난한 사람들이 마음 편히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서관을 많이 지었다”면서 “지금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빌려주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곳으로 누구나 이곳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자유롭게 도서관에서 할 수 있다는 기획자의 말처럼 요리사인 메르체(20)씨는 주중에 듣지 못한 음악을 들으러 도서관에 왔고 고등학생 베뜨까넨(16)양은 친구를 만나러 도서관을 찾았다. 이처럼 자유롭고 개방적인 도서관 탓인지 1년에 10.5권의 책을 읽는 우리 국민에 비해 핀란드 사람들은 18.9권의 책을 읽는데 도서관 측에서는 움직이는 도서관 차량을 이용해 수영장과 기차역, 시장 등 마을 구석구석까지 책을 배달해 주는 것은 물론 도서관 자체를 인구 유입이 많은 대형 슈퍼마켓 옆에 지을 계획도 가지고 있다.

예술교육센터 800곳 아기때부터 풍요로운 경험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러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최상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핀란드에서는 아기 때부터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한다.

헬싱키에 있는 아난탈로 아트센터(Annantalo Arts Centre)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아트센터로 원래 학교로 쓰던 건물을 아트센터로 개조해 음악, 미술, 연극 등 모든 분야의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다.

아난탈로 요한나 린스테드(Johanna Lindstedt)대표는 “핀란드 아이들이 일주일에 두 번 수영은 배우는데 왜 예술을 배우지 않을까하는 고민에서 지난 1987년 아트센터를 만들었다”면서 “경쟁을 통해 예술가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침으로써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주는 게 목적”이라고 들려줬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이곳은 같은 시기 헬싱키 아테네움 아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파블로 피카소전'과 함께 어린이용 기획전시회를 열고 있었는데 피카소의 `책 읽는 여인'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설치해 피카소의 그림을 오리고 쪼개고 재조합함으로써 아이들이 그림을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핀란드 전역에는 아난탈로와 같은 크고 작은 문화예술교육센터가 800여 곳 있는데 이들은 모두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한다. 또 수업은 전액 무료로 진행되며 일부 방과후 예술교육의 경우도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만 내면 한 학기 수강이 가능하다.

핀란드의 이런 어린이 문화예술교육은 우리나라처럼 사교육을 통하거나 한두 기관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역문화예술교육센터, 학교와 교사, 박물관·공연장 등 여러 기관 단체들의 유기적인 협조아래 수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자연스레 움직이고 있는 게 특징이다.

지역학교와 밀접한 수업 연계활동을 통해 아난탈로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한 아이들은 미술관과 박물관, 공연장에서 이를 선보이는데 이에 필요한 비용은 국가와 자치단체에서 부담한다.

이렇듯 시스템적으로 안정적인 핀란드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와 함께 음악학교에 다니는데 음악교육이라기보다는 갓난아기들은 음악을 틀어 놓은 채 자거나 놀고 1~2세 아기들은 노래와 율동, 다양한 악기를 만지고 두드리며 논다.

이곳에는 100여개의 음악학교가 있는데 티모 클레멘티넨 음악협회장은 “학생들 수준에 맞춰 다양한 악기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지도하며 개인부담은 17~27% 정도”라며 “예술과 함께하는 풍요로운 삶이 목표이지 오케스트라 단원을 배출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핀란드=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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