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찾아오는 크리스마스, 이맘 때면 손놀림이 가장 바빠지는 곳 중 하나가 베이커리 업계다. 업계에서는 한 해 동안 생산되는 케이크의 30% 정도가 이때 팔려 나간다고 보고 있다.
▲ 경력16년의 성심당 파티쉐 박삼화 차장이 싱싱한 과일로 장식한 성탄케잌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김상구기자 |
성심당 파티셰 박삼화 차장은 “파티 문화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일년 중 유일하게 모든 가족이 모여 파티를 즐기는 날이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해석한다.
베이커리 업체의 파티셰들은 이 맘때면 몸이 녹초가 될 각오를 해야한다. 향토기업인 성심당의 파티셰들 역시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철야 작업을 감수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찾아간 성심당 제과사업부는 어김없이 철야작업 준비로 눈코 뜰새 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성심당에서 팔려나가는 케이크 양만 6000여 개. 전국에서도 단일 매장으로는 찾아보기 힘든 규모다.
때문에 이날 하루 동안 50여 명의 성심당 파티셰들은 4000개 가까운 케이크를 만들어야 한다. 평소 케이크만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파티셰가 10명 정도지만, 이날 하루만큼은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제과사업부의 모든 파티셰들이 총 동원된다.
박 차장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는 정말 전쟁 준비를 하듯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며 “경력이 짧은 파티셰들은 작업 속도를 따라오기도 벅찰 정도로 숨가쁘게 돌아간다”고 귀띔했다.
그래도 이 때가 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란다. 이들이 철야작업을 해 만든 케이크가 크리스마스에 각 가정에 배달되고, 수많은 이들이 그 케이크를 나누며 행복을 만끽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바쁜 와중에도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더욱 정성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경력 19년차 파티셰인 박삼화 차장은 “파티셰들은 내가 만든 케이크를 누군가가 맛있게 먹는 것을 상상할 때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크리스마스에 케이크가 아닌 행복을 배달하는 이들. 정작 자신들은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오늘도 밤새 케이크를 만든다.
박 차장은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모든 이에게 더욱 행복이 가득한 크리스마스가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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