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채 풀리지 않아 쌀쌀했던 지난 22일 서대전시민광장에서 만난 김보성 전 대전시장(대전시 행정동우회장)은 그림을 그리듯 서대전시민광장의 옛 모습을 풀어내고 있었다.
세이백화점과 홈플러스 문화점 자리는 제63육군병원이 있었으며 그 뒷편으로 제9병참정비보급창, 그리고 서대전시민광장부터 성모병원 앞까지가 육군병참학교가 주둔했다고 김 전 시장은 회고했다.
“규모 있는 군부대가 옛 대전시청과 충남도청 바로 옆에 주둔해 도시를 개발할 때 군부대 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관건이었습니다. 서대전공원을 조성하는데도 ‘이곳에 아파트를 짓자, 상업지역으로 하자’는 논란이 많았지요”
시민회관(현 연정국악원) 건립과 서대전시민광장 조성은 시민이 접근할 수 없던 군사지역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김보성 대전시행정동우회 회장이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옛 군부대 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상구 기자 |
“1975년은 3ㆍ1절 행사도 치를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때였습니다. 시청과 도청, 대전역과 가까운 육군병참학교 내 공터가 유력한 부지로 지목됐고 가장 먼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었습니다”김 전 시장은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이때 육군병참학교 내 설치한 어린이놀이터는 대전에서 군부대를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첫 단추였지만 다음에 시민회관 조성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육군병참학교 정문 주변이 시민회관을 지을 적당한 터로 지목됐지요. 부대를 찾아가 땅을 더 내줄 것을 몇 번 설득하다가 어린이 놀이터 기공식에서 곧바로 5907㎡의 시민회관 착공식까지 열고 공사를 밀어붙였습니다. 시민회관 착공은 부대에 허락도 받지 않았던 건데 무슨 배짱으로 당시 서슬퍼런 군부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해요”
육군병참학교 정문 옆에 놀이터를 먼저 만들고 내친김에 놀이터보다 깊이 들어가서 시민회관까지 착공한 것으로 시민회관은 현재 연정국안문화원으로 바뀌어 문화의 장이 됐다.
다음으로 대전시가 군부대 활용에 나선 것은 서대전시민공원 조성이었다고 김전 시장은 말한다. 1970년대 중반 이곳에 있던 육군병참학교와 제63육군병원이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것을 계획하면서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지 논란이 일었다.
김 전시장은 “1976년 군부대에 막혀 있던 서대전 삼거리를 현재 한밭도서관 방향으로 도로를 개설해 현재의 사거리를 만들었다”며 “도로가 당시 군부대 터를 관통하는 것으로 반대가 심했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대가 떠난 곳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1970년대 중반 육군병참학교는 부대 이전비용 마련을 위해 문화동 부지를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었고 실행에 옮겼단다. 1976년 대전시는 병참학교가 이전한 문화동 공터를 공원부지로 확정키로 계획했지만 결정고시가 발표되기 며칠 전에 서대전공원 지역 2만 9752㎡가 민간에 매각되는 일이 벌어진 것.
김 전시장은 “우여곡절 끝에 민간에 매각했던 땅을 다시 환수해서 1만 9834㎡는 대전시 소유로 전환했으나 나머지 19834㎡는 아직도 민간소유로 남아있다”며 “당시 군부대 터를 공원으로 지정해 현재까지 도심속 쉼터로 잘 활용하고 있지만 공원 내 민간소유 토지부분은 언젠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김 회장과 인터뷰 동안 머릿속에 그려지는 높은 담장의 군부대 모습은 탁 트인 서대전시민광장에서 평화를 즐기는 지금의 모습과 겹쳐지면서 묘한 이질감을 불러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