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이 경찰관인지라 나도 몰래 시선이 지구대를 향하는 순간 취객과 심하게 승강이를 하고 있는 경찰관들의 모습을 목격하게 되면서 과거 경찰관 시절이 떠오르며 나도 몰래 혀끝을 차고 말았다.
▲ 이청준 중부대 교수,삼성에스원 상임고문 |
식당이나 유흥업소에서 벌어지는 취객의 행패와 난동 신고에 따른 출동에서부터 심지어 경찰지구대에까지 난입하는 취객들의 진정에 진땀을 흘려야 하기 때문이다.
경찰 일선 책임자로 재직 시 저녁 늦은 시간 격려차 관활 지구대에 들렀을 때 마침 음주소란으로 신고되어 지구대에 동행되어온 만취한 취객의 난동 현장을 접했다.
지구대 내에는 여경을 포함 2명의 경찰관이 근무 중이었는데 취객이 여경을 향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에 이어 이를 제지하는 남자경찰관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고함을 질러대는 취객의 광란을 목격하면서 부하 직원에 대한 당혹스러움과 함께 조직에 대한 모욕감을 새기느라 곤욕을 치렀다.
사실 그런 때 엄한 강제력을 발휘하여 제압하고 싶어도 현행법 체제에서는 음주소란 정도가 심하면 업무방해 정도로 즉결심판에 회부시키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범칙금 정도로 끝나게 되어있다.
심지어 취객이 지구대에서 경찰관 멱살을 붙잡고 흔들며 집기를 부시며 난동을 부려 채증 된 사진이나 CCTV 녹화물과 함께 증거를 확보하여 경찰서에 동행해봤자 해당 경찰관에게 수주의 전치 상해가 없으면 대부분 불구속으로 끝나는 것이 고작이다.
음주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너무 관대하여 그런 것도 아니며 현행법체계상에 음주소란행위에 대하여 엄격히 제재할 수 있는 법적제재장치가 없는 현행법 제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 제도에는 음주 소란행위에 대해 5만원짜리 통고처분(벌금스티커)으로 대처하는 것 이 고작인데다 자칫 취객에 잘못 대응하다가는 경찰관이 음주 소란자의 억지에 휘말리는 불미스러운 엉뚱한 결과마저 초래하는 사례가 비일 비제하다.
나아가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크게 대두되고 있는 어린이 성폭력범을 포함하여 많은 강력범들이 술을 마시고 취중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적지 않은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음주소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음주 소란 자에 대한 법적 제재 강화는 경찰관들에게 업무량을 줄여주는 효과와 함께 나아가 중범죄 예방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분석이다.
마침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경찰의 경고나 제지에 도 불구하고 음주소란행위를 계속할 경우 경찰관이 보호 격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경찰의 주취자 보호, 관리제도 개선안”이 제출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범죄자 10명을 기준으로 공무집행방해는 6명 방화범은 5명, 살인범은 4명 강간범은 3명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취객에 대한 경찰의 보다 적극적인 제지 권한이 부여되면 취중에 저질러지는 각종 범죄에 대한 초기 진화에 나서게 되면서 중범죄로 이어지는 행위 또한 차단시키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확신한다.
목전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도심은 벌써부터 휘황한 네온의 조명불빛아래 취객들의 흥청 이는 비틀거림으로 넘쳐 나고 있다.
성탄절을 기뻐하고 국가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09년을 시원섭섭히 보내면서 대망의 2010년을 맞을 준비에 멋스런 술잔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러나 한편으론 전직경찰 선배로서 또 얼마나 많은 경찰관들이 음주소란 자들로부터 수모와 수난을 당할지 걱정이 벌써부터 앞서는 것은 노파심으로 떨치고 싶다.
성숙된 음주문화 정착은 국가의 근본이 되는 기초 질서 확립에 중추적 역할로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하면서 다 같이 축배의 잔을 높이 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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