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아 한밭문화마당 대표 |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행이란 오랜 시간을 통해 축적된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엿보면서 즐기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축적된 문화의 덩어리인 사람이 공간이동을 통해 들어오면 이질시하고 밀어내려한다. 일시적인 관광일 경우는 환영받지만, 생존과 직결될 경우 강한 반발력을 갖는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우리의 현재 `다문화 사회'는 공간이동과 시간이동간의 충돌이 빚어내는 현상은 아닐까. 열흘간 동남아시아 몇 개 지역을 다녀왔을 뿐인데 그렇게 내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면, 동남아시아에서 오랜 시간 축적된 문화덩어리인 이주여성이 우리나라에 와서 겪는 문화적 충격은 얼마나 큰 것일까. 결혼을 통해 시댁의 문화를 익히게 하는 과정이 눈 귀 입을 막아 10년을 버텨내라고 했는데, 그것을 동남아시아 여성들에게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고 있으면서 일어나는 엄청난 내홍은 또 다른 한(恨)을 심어주는 것이 될 것이라는데 까지 생각을 이어지게 했다.
문화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서 다가올 10년(2010~2019)의 주요 키워드로 전문성, 복합성, 다양성으로 정리해보았다. 지난 10년의 주요 키워드였던 지역문화는 중앙과 지역 간의 대립에서 이제 지역의 폭을 좁히며 마을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데까지 왔다. 문화의 대중화·일상화는 지역마다 각종 문화시설들을 만들어내고 시설을 채울 프로그램과 인력에 대한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시켰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의 내용을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로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년이 하드웨어를 앉히는데 주력했다면 다가올 10년은 각자의 영역에서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며 좀 더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문화인력의 양성과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말 그대로 `문화적 향유'가 무엇인지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 느낌이 전 국민의 문화적 능력으로 이어지게 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명실공히 선진국으로서 내실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의미로서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으로 인한 버성김은 복합성과 다양성으로 풀어내야 한다. 글로벌이라는 말에 주눅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역시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의 무한정 자유로움이고 그 속에서 소통을 찾자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우리는 시간의 축적으로 형성된 것들을 문화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다 어떤 공간이동의 움직임이 있을 때 그것을 문화변동으로 해석해왔었다. 생존의 방식이긴 하나 현대의 유목민은 시간과 공간이동이 자유로움을 의미한다.
지난 12일 대전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사라 장(장영주)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난, 나의 소감은 `정말 잘 한다'였다. 음으로 즐길 수 있는 지극한 경지(音樂)를 느낄 수 있었기에 아낌없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느낌을 위해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전당을 가득 메운 수만큼 존재하는 한 문화의 스펙트럼은 다양할 수밖에 없고 그 스펙트럼을 채워갈 문화프로그램은 얼마나 세심해야 하고 전문화되어야할 지 깨닫게 해주었다. 올 한해 어떤 형태로든 모두들 열심히 살았다. 스스로에게 `정말 잘했다' 위로하는 의식으로 공연 한편 보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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