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주목해 볼만한 점은 개관 10주년을 맞았던 대전시립미술관의 개관 특별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열렸다는 것이다. <대전미술 둘 전>(2009. 7. 22~9.2/대전시립미술관)으로 전시는 주로 공예와 조각부문의 작품들이었다. 이 전시는 내년에 세 번째 전시와 세미나를 열 계획에 있어 그 기획의 지속성이 눈에 들어온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지역 미술계에 대한 끊임없는 사료발굴과 정리 작업에 따르는 각 분야별 전시는 앞으로도 지속해야하는 큰 과제이기에 그 후속 작업의 수행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전미술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대미갤러리에서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원로작가를 커대하는 한편 젊은 작가를 초대하여 그들의 예술세계를 독려하는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지역미술인의 가장 큰 연직으로서 지역미술계의 신인발굴과 지원에 힘씀은 다른 단체에서 하기 어려운 작업이정던 만큼 그 기획의 사회적 의미가 컸다고 본다.
또한 중구문화원에서 있었던 <심향 맥전-대전·시카고 묵미회>전은 지역미술계와 깊은 인연을 가지고 일획을 담당했던 심향 박승무 화백의 예술정신을 기리고자 했던 의미 있는 전시였다. 더욱이 올해 초 심향 박승무선생의 평전인 <逍遙-그 깊고 그윽한 향기>(2009. 2. 25)의 발간은 지역화단의 정신적 원천을 찾아내고 지역미술계의 정체성을 다져나가기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된다. <대전현대미술패러다임>(조상영)이나 지난 해 타계하신 고 이종수 화백을 추모하는 기념집이 다양한 지인들의 자발적 집필을 통해 발간되었던 일도 2009년 한 해 지역미술이 거둔 큰 성과로 볼 수 있다.
작년에 비해 화랑가의 분위기는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침체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양적, 질적으로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용문동 한마음 아파트 내에 버려진 유휴공간을 주민들과 함께 갤러리로 탈바꿈시켜 낸 <한마음 아트 존> 갤러리의 오픈은 대단히 신선한 사건이었고, 갤러리 운영만도 힘든 상황인데 학생들의 기획전을 위해 선뜻 전시공간을 내어줌으로써 지역의 대학과 네트워크를 이룬 우연갤러리의 사례(2009.12.9~23, 포카페스이展, 수애展)는 지역미술 교육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 것이다.
지역미술계에서 전시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인내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올해로 개관 25주기를 맞이하는 대전현대갤러리나, 10주년이 되는 이공갤러리, 우연갤러리들을 바라보면서 끈질기게 지켜내 온 지역 화랑가의 저력을 느끼는 동시에 화랑들이 지역미술계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음을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2009년 지역미술계를 돌아보며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공공미술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고하고자 하는 공개세미나가 사회단체인 대전문화연대를 통해 개최(2009.9.9)되었던 일은 지역미술계에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2009년도에는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프로그램이 연구의 결과로 그리고 산학연의 가능성까지 보이는 전시까지 곳곳에서 새로운 발전 계기들이 움트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미술계로서는 매우 긍정적인 성과가 많은 한 해로 남을 것이다. 지역미술계를 위한 새로운 발판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기관, 단체, 그리고 미술계 개인들이 움직여준 성과가 하나씩 결실을 맺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기쁨 속에 2009년도 저물고 있다. /한남대 예술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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