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갤러리 |
여기에 상대적으로 대관료가 저렴한 공공 기관 전시장으로 전시들이 몰리면서 사설 화랑들은 이래저래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대전지역 내 화랑은 줄잡아 30여곳. 대흥동과 삼천동, 도룡동 등을 중심으로 퍼져있다. 하지만 화랑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10여 곳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갤러리 소호와 갤러리 성 등이 내년 상반기에 문을 닫을 계획이며, 알트 갤러리 등은 상설전으로 화랑 업무를 축소할 예정이다.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신설 화랑이 생겨나 화랑계에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프랑스 문화원이 대흥동에 분원을 설치했으며, 아파트 1층 로비에 대규모 갤러리인‘한마음 아트 존 갤러리’가 생겼다. 또 웨딩홀이 명칭 변경을 통해‘디아트랜드 웨딩홀ㆍ갤러리’로 탈바꿈 했으며, 작품 판매 전문 갤러리‘쏠’도 문을 열었다.
▲ 커피 볶는 집 쌍리 |
올봄 문화의 거리로 손꼽히는 대흥동 일대에선 게릴라 전시가 열렸다. 수십 년 동안 대흥동 거리에 운치를 더했던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무참하게 벌목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던 미술인들의 반란이었다.
지역 작가 16명은‘우리는 플라타너스 가로수를 사랑한다’는 주제로 플라타너스에 직접 작품을 내걸었지만, 문화의 거리는 이팝나무로 조성됐다.
지난 10월에는 시립미술관 전시관이 지자체 행사를 위한 연회장으로 둔갑해 지역 미술인의 언성을 샀다. 전시가 버젓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저녁 만찬을 위해 카펫이 깔리고 원형 탁자가 놓인 것이다. 결국 미술관은 작품 손실을 우려해 작품을 철수했으며 미술인은“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라며 지자체의 미술 행정을 크게 질타했다.
▲미술관 수장 찾기=대전 미술의‘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전시립미술관과 이응노미술관의 수장자리가 자리가 올해 채워지면서 미술관의 정상운영은 물론 위상정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
대전시립미술관장에는 지난 5월 송번수 전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충남 공주 출신인 송 관장은 한밭중과 대전상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 공예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년여의 관장 공석으로 미술관의 운영 차질마저 빚어졌던 이응노미술관은 5차에 걸친 공모 끝에 제2대 관장이 선임됐다. 지난 9일부터 공식 업무에 들어간 이미정 관장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부설대학에서 현대미술사를 전공했으며, 파리 국립져드뽐 미술관 찰스 사이먼스 전시책임자,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 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지역 대표 미술관의 수장이 외부인사로 채워지면서 지역 인사 배제라는 우려가 팽배한 만큼 신임 관장들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도 주목된다.
▲ 이응노미술관 |
대전시립미술관이 마련한‘청년작가 지원전’에서는 윤소연, 전윤정, 여경섭, 육종석 등 지역 유망 작가들이 독특한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또‘빨대 작가’로 알려진 지역대 출신의 홍상식 작가는 석주문화재단 올해의 젊은 작가로 선정됐으며 평범한 삶을 살다 뒤늦게 미술에 입문한 문수만 작가는 전 작품이 판매되는‘솔드아웃’을 기록하기도 했다.
원로작가의 활동도 활발했다. 대전지역 화단의 1세대로 꼽히는 박명규 화백과 김배히 화백은 수십년 미술 활동을 총망라한 화집을 발간하고 기념 전시회를 열었다. 또 김치중 화백은 5년만에 전통 풍경화로 지역 화단을 찾았다.
지역미술의 큰 인물을 회고하는 전시도 이어졌다. 한국 근대미술사에 발자취를 남긴 심향 박승무 화백의 전시가 지난 10월 열렸으며, 이응노미술관은 고암 이응노 화백 타계 20주년을 기념한 전시를 마련해 내년 3월까지 이어간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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