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의 주제는‘우리 동네’로 유년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벽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벽은 오랫동안 예술가들에게 사랑받았던 소재로 단절, 경계, 울타리, 한계 등을 상징한다. 하지만 문 작가가 말하는 벽은 소통, 그 자체다.
작품 속 벽은 살짝 윙크를 하는 것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간질이기도 하고 은밀한 비밀을 속삭이며 귀를 당기도 한다. 눈물을 글썽이며 사과하거나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연자실 눈물만 흘리기도 한다.
다양한 표정의 벽은 우화적이면서도 해학적인 방식으로 순수한 열정을 날 것 그대로 내보인다.
회벽칠 위로 피어난 한 줄기 들풀은 화폭에 담긴 회화의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며, 셔터 소리에 놀란 동네 개는‘강아지 삽니다’라는 문구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이번 전시는 문 작가의 세 번째 전시다. 매회 대상을 달리할 뿐 언제나 여행의 기록이었다. 첫 번째 전시‘프라하’는 공간에 대한 여행이었고, 두 번째 전시인 ‘바람이 분다’는 상실이라는 감정에 대한 여행이었다. 세 번째 전시 ‘우리 동네’에서는 벽에 얽힌 다양한 이미지 사진작품 26점을 전시한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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