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은 관객들의 주머니를 닫아 버렸고, `설상가상'으로 불어 닥친 신종플루는 곳곳의 공연장을 썰렁하게 만들어버렸다.
특히 올 하반기 신종플루의 확산세는 관람객의 한 축을 담당했던 `단체관람'을 일제히 위축시켜버렸다. 단체관람이 많았던 전당은 지난 10월 한 달 동안 2300여 매의 예매분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여러 공연장은 손 소독기를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등 온갖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거리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공연장으로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실제로 전당의 올해 상반기 만석 공연은 10여 회에 불과했으며, 객석점유율도 65%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여타 공연장은 객석점유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계절마다 열렸던 대규모 공연 페스티벌은 아쉽게도 `그들만의 축제'라는 느낌을 줬다.
특히 지난 4월 스프링 페스티벌은 장르 특화라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혹독한 외면으로 또 다시 `변화'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이런 가운데 저렴하고 특화된 공연은 상대적인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소위 `천원의 행복' 시리즈로 불리는 관람료 천 원짜리 공연과 `아침을 여는 클래식', `빛깔 있는 여름축제', `사랑티켓 지원 작품' 등의 프로그램은 비교적 성공한 모델로 평가되고 있다.
이 밖에 공연계에서 지역 공연단체들이 국내·외에서 선전한 것도 올해의 얘깃거리 중 하나다.
대전오페라단의 쿠바 원정 공연 `팔리아치'나 대전시립무용단의 일본 아시아 민족무용 교류회 호평, 연정국악문화회관의 IT기술 이용 한-일 원격연주회 등은 해외에 우리 문화를 알리는데 일조했으며, 지역극단인 극단 떼아뜨르 고도는 `소풍가다 잠들다'라는 작품으로 5년 만에 전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 공연계에도 어김없이 잡음은 잇따랐다. 전당은 대관 선정기준으로 논란이 휩싸였으며, 대전시는 공연예술단체 지원의 공정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IAC와 전국체전 등의 대규모 행사는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 무대를 배려하지 않아 빈축을 샀고, 국악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학교선정 방식의 변화로 일선학교와 국악강사들의 반발을 샀다.
한편, 올해 공연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최대 규모 수상뮤지컬 `갑천'의 탄생이었다. 대전의 역사인 `망이 망소이의 난'을 소재로 흔치 않은 볼거리를 제공했고, 또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작품의 구성이나 전달력 등 질 적인 부분에서는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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