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옥 한국 한의학연구원장 |
알코올 중독의 폐해는 심각하다. 신체적으로는 기억구조에 타격을 입고 오장육부를 비롯한 각종 장기의 손상을 준다. 심리적으로는 충동성과 의존증이 증가되고 적개심과 자기 합리화가 심각해진다. 정신적으로는 판단력과 이해력 장애, 금단증상과 망상, 사회적으로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우울증이 발생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준다는 것이다. 일단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은 한번 마시면 인사불성이 될 때까지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다 보니 개인의 질병이 단순히 개인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정의 행복과 가족의 성장을 해치는 경과를 밟게 된다.
알코올 중독의 정확한 원인은 무엇일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단일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으로 판단된다. 보고된 바로는 유전적인 요인과 신체적인 요인, 심리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 등으로 원인과 양상이 다양하다.
한국사회는 술 취한 사람의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에 대해 대단히 관대하다.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한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이 되는 사회다.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는 능력은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실제로 술을 마실 줄 아는 사람은 사회생활을 잘 하는 사람으로 통하기도 한다.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일도 잘하고, 술 잘 마시는 사람이 돈도 잘 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 탓인지 대기업을 비롯한 유명기업에서 `술자리 면접'이 벌어져 인구에 회자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의학적으로 술은 어떨까. 한의학적으로 술은 음양오행(陰陽五行)상 양(陽)에 속하며 양중에서도 더운 양이니 양중의 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술의 이런 성질을 잘만 활용하면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술은 잘만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입맛 없는 사람은 입맛을 당기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많이 마시면 반대로 대장에서 후유증으로 얼음장처럼 엉겨 붙어 아랫배가 차게 되고 과다한 영양섭취로 당뇨병에 이를수 있다.
사상의학으로 볼 때 술은 태음인이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음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간이 큰, 즉 해독능력이 좋은 태음인(간대폐소)은 술을 마셔도 다음날 고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애주가가 태음인일 수 있다. 하지만 태음인은 절제하지 못해 실수할 소지가 많다. 기피인물이 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태음인과 반대로 간이 적어 해독능력이 아주 약하며 폐가 큰 태양인(간소폐대)의 경우 술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다.
위장과 소장이 약한 소음인(신대비소)은 흡수력이 약해 간에 많은 에너지를 비축하지 못한다. 평소에 혈액순환이 좋지 않은데 술을 먹으면 혈액순환이 되면서 외향적으로 변하게 된다. 기분대로 술을 먹다가 다음날 회복하려면 고생하는 유형이다. 위장과 소장이 발달한 소양인(비대신소)은 평소에도 혈액순환이 잘되어 급한 성격인데 음주는 이를 더 활발하게 한다. 술 마시면 빨리 마시고 과다한 에너지 소모로 옆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바야흐로 연말연시다. 어느 때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계절이다. 각종 송년회와 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린다. 기뻐도 한잔, 슬퍼도 한잔 하다보면 취하기 일쑤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알코올 중독은 사회와 가정과 건강을 파괴하는 독주다. 다만 술은 적당하게 마시면 양기가 보충되어 음양의 조화를 이뤄 힘이 솟고 잘 돌지 않는 기혈의 순환을 도와주는 약주가 된다. 건전한 `술 문화'를 정착해 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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