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과 전시장 등 각종 문화시설에는 `신종플루'와 `주머니 사정'을 핑계로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고, 예술단체들 역시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척박한 문화지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는 다양하게 진행됐고, 그 결과 내년도 문화지형 변화에 대한 작은 기대를 가져볼 수 있게 됐다.
한 마디로 올해 지역 문화계는 `2010년 비상(飛上)'을 꿈꾼 한 해로 평가된다.
이와 맞물려 올 해 문화계 전반에서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문화재단'의 출범이다.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지 여러 파열음이 나기도 했지만 관(官) 주도의 문화예술행정이 민(民)으로 옮겨졌다는 점은 내년도부터 새롭게 진행될 민 주도의 각종 지원 사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했다. 그 역할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곪아왔던 문화예술 행정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만하다.
불황의 직격탄을 맞은 예술계의 변화 바람도 만만치 않았다. 올 한 해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대전시립미술관장, 이응노 미술관장 등 주요 예술기관(단체)의 리더가 새롭게 구성됐다.
이들은 취임 후 일성으로 `변화'를 부르짖었고, 대전시향의 경우 3년째 공석이던 수석단원을 보강하는 등 물리적인 변화도 단행했다.
특히 그동안 침체 일로를 걸어왔던 소극장 활동이 활발해진 점이나, 저가 혹은 무료행사가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내년을 준비하는 각종 예술단체들에게 관객들의 주머니를 열 수 있는 일종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밖에 올해 문화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지역의 대표 향토서점이었던 `대훈서적'의 부도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인터넷 서점 이용 등 오프라인 서점에 대한 시민들의 무관심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면서 문화의 산실을 잃은 시민들의 충격과 상실감이 상대적으로 컸다. 우여곡절 끝에 대부분의 매장이 다른 이름으로 문을 열긴 했지만 이번 사태는 향토서점, 나아가 지역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숙제로 남겼다.
이와 함께 문화계 안팎에서는 오랫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내부 갈등'과 `정치 예속' 등의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내년이 올해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올해 나타난 여러 현상들에 대한 분석과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문화가 순수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과 관심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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