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스물아홉살 송이는 회사동료 진호와 엉겁결에 키스를 하고 난 뒤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남자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몰래 훔쳐 본 전화기에 찍힌 처음 보는 전화번호도 기분 나쁘다. 송이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진과 귀여운 대학생 보라와도 만나게 된다. 모두다 진호의 여자 친구라는데.
달콤한 연애 기분도 잠시. 여자는 남자에게 온 심상찮은 문자를 엿보게 되고, 남자의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어서 등장하는 남자의 대학생 여자 친구. 이 남자가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나 걸쳤다.
여자 친구들,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까. 그게 아니다. 결혼이라는 법적 관계로 묶인 것도 아니니 지지고 볶고 해봤자 속 쓰린 사람만 손해 아닌가. 끝없이 남자를 의심하면서 마음 졸이는 것보다야 다른 두 여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그렇게 세 여자는 급기야 ‘걸 프렌즈’라는 모임 이름까지 정한다.
‘걸 프렌즈’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칙릿’ 영화다. 성(性)을 둘러싼 걸쭉한 농담부터 현실감 넘치는 코믹한 대사들, 뻔하고 가볍다고 종종 폄하하기도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의 칙릿 소설 같은 영화다.
관심을 끄는 것은 원작에 더해지는 노혜영 작가의 각색이다. 톡톡 튀는 대사가 압권이다.
“모든 사람들은 결핍이 있잖아. 아이섀도는 세 가지를 섞어 바르고 옷은 이것저것 입으면서 음식도 한 가지만 먹으면 입에 물린다고 날리면서,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더라”는 주인공의 친구.
이런 명대사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오르가즘도 위장할 줄 알고, 술에 취해 조폭들에게 대들 용기도 있으며, 이혼한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는 강혜정은 근래 들어 가장 열연을 펼친다. 세 다리를 걸친 남자 배수빈도 의외로 귀엽다.
코미디에 집중하느라 여자 친구들의 가슴에 멍울진 고통은 그저 가볍게 지나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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