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걸프렌즈]내 남자의 여자와 친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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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걸프렌즈]내 남자의 여자와 친구가 되다

■걸 프렌즈 감독: 강석범. 출연: 강혜정, 한채영, 허이재, 배수빈.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18 12면
  • 안순택 기자안순택 기자

 <줄거리>
 스물아홉살 송이는 회사동료 진호와 엉겁결에 키스를 하고 난 뒤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이 남자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몰래 훔쳐 본 전화기에 찍힌 처음 보는 전화번호도 기분 나쁘다. 송이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섹시한 진과 귀여운 대학생 보라와도 만나게 된다. 모두다 진호의 여자 친구라는데.

 
 술잔을 기울이는 남자와 여자. 남자의 기습 입맞춤. 마치 혀끝에서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듯 환상적인 키스 실력에 여자는 남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달콤한 연애 기분도 잠시. 여자는 남자에게 온 심상찮은 문자를 엿보게 되고, 남자의 다른 여자 친구를 만나게 된다. 이어서 등장하는 남자의 대학생 여자 친구. 이 남자가 양다리도 아니고 세 다리나 걸쳤다.

 여자 친구들,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까. 그게 아니다. 결혼이라는 법적 관계로 묶인 것도 아니니 지지고 볶고 해봤자 속 쓰린 사람만 손해 아닌가. 끝없이 남자를 의심하면서 마음 졸이는 것보다야 다른 두 여자와 일상을 공유하는 게 차라리 마음 편하다. 그렇게 세 여자는 급기야 ‘걸 프렌즈’라는 모임 이름까지 정한다.

 ‘걸 프렌즈’는 젊은 여성들을 겨냥한 ‘칙릿’ 영화다. 성(性)을 둘러싼 걸쭉한 농담부터 현실감 넘치는 코믹한 대사들, 뻔하고 가볍다고 종종 폄하하기도 하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매력의 칙릿 소설 같은 영화다.

 관심을 끄는 것은 원작에 더해지는 노혜영 작가의 각색이다. 톡톡 튀는 대사가 압권이다.

 “머리 좋은 년이 예쁜 년 못 이기고 예쁜 년이 팔자 좋은 년 못 이긴다”, “성공한 남자들은 성공한 여자 안 좋아해”라는 주인공의 엄마.

 “모든 사람들은 결핍이 있잖아. 아이섀도는 세 가지를 섞어 바르고 옷은 이것저것 입으면서 음식도 한 가지만 먹으면 입에 물린다고 날리면서, 왜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은 절대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더라”는 주인공의 친구.

 이런 명대사들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폭소를 터뜨리게 된다.

 오르가즘도 위장할 줄 알고, 술에 취해 조폭들에게 대들 용기도 있으며, 이혼한 엄마에게 욕설을 퍼붓는 강혜정은 근래 들어 가장 열연을 펼친다. 세 다리를 걸친 남자 배수빈도 의외로 귀엽다.

 코미디에 집중하느라 여자 친구들의 가슴에 멍울진 고통은 그저 가볍게 지나치는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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