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가 지역의 현안으로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가운데 자유선진당이 세종시 원안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고 하지만, 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이회창 총재 측이라고 할 수 있는 이영애 의원이 원안수정을 주장하고 나와 내분이 일고 있다.
▲ 박광기 대전대 교수·한국정치정보학회 회장 |
우선 세종시 원안수정 내지는 원안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이명박 정부는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청와대의 핵심 참모들이 소위, `순장파'라고 자청하면서 충청권 설득과 원안폐지에 대한 홍보를 가일층 강화하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에 대한 입장은 행정의 효율성을 생각해서 정부의 이전은 불가하고, 세종시의 자족기능강화를 위해 교육, 과학, 기업도시를 만들어야 국가의 백년대계에도 맞고 또 무엇보다도 충청도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원안수정의 근거가 이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 위한 법을 만들 당시 모두 심각한 논의를 거친 것으로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세종시에 건설될 자족의 내용으로 어떤 기업과 어떤 교육기관 및 과학연구기관이 들어올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당시에도 없었다. 아직 세종시 수정에 대한 정부의 안이 발표되지 않았고 내년 1월에 발표된다고 하지만, 정부안에 담길 내용은 이미 정운찬 총리의 입을 통해 상당 부분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주장은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 국내 유수의 대학이 분교 혹은 단과대학이나 융합학문분야를 신설해서 교육기능을 살리고, 기업을 유치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조성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하면 정부부처의 이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지역의 정서와 희망, 그리고 기대와 맞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세종시는 지역의 요구 사항이 아니었다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다. 위헌결정을 받은 행정수도이전도 그렇고, 세종시 건설도 그렇고 수도권 과밀화 현상의 해결과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계획된 세종시 건설은 정치권의 필요에 의해서 계획되었고, 심하게 표현하면 우리 지역에 강요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계획부터 지금까지 추진과정이 그렇다. 거기에다가 원안수정 혹은 폐지도 이유야 어떻든 간에 거의 강요의 수준이다. 원안을 추진하는 쪽도, 그리고 수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 명분이 있고 그에 따른 실리를 달리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역주민의 처지에서 보면 어떤 쪽에서든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완구 충남지사가 지사직을 사퇴하고, 또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서 지역정가의 분위기 흔들리고 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도 그렇고 또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둘러싸고 각 정당의 이해득실에 대한 계산도 복잡하다.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는 정당 역시 현안에 대해서 제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특정 유력후보의 영입이냐 자발적 입당이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정당의 이해득실에 따라서 그 결과를 지역주민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에는 승리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정치적 경쟁에서 승리는 가장 중요한 결과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승리를 위해서 결과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는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충실히 반영해야만 한다. 결과가 좋으니 과정 따위는 어찌 되든 선택을 하라는 식은 민주주의의 원칙에도 맞지 않다. 과정과 결과가 모두 합리적이어야 하고 또 무엇보다도 국민의 뜻에 들어맞아야 한다.
요즘 우리 지역에서 일어나는 정치적인 문제들을 보고 있으면, 이것저것 고려할 것도 없이 충청민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딱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됐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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