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컬처마이너리그(3) '뻐찌 라이브 클럽' 운영자 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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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컬처마이너리그(3) '뻐찌 라이브 클럽' 운영자 천태수

대전 인디 뮤지션들의 공간 '뻐찌 라이브 클럽'

  • 승인 2009-12-28 15:01
  • 금상진 기자금상진 기자
우리 대전지역이 문화의 불모지라 불리는 가장 큰 원인을 지역에 있는 밴드들은 공간의 부족을 가장1순위로 꼽았다.

재능 있는 밴드들이 있어도 대중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공간이 없고 공연장이 있다 하더라도 홍보의 부족과 문화 불모지라는 고정된 인식 때문에 접근 자체를 포기한다는 애기다.

서울의 경우 대학로 소극장이나 홍대 라이브 클럽을 중심으로 다양한 뮤지션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대전에는 제대로 된 라이브 클럽이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서울의 홍대라고 하면 조금은 심한 비교가 되겠지만 중구 대흥동 일대가 그나마 중.소 규모 소극장들이 모여 있는 대전 유일한 문화.예술인들의 공간이라 하겠다. 지난해 조성된 우리들 공원 야외무대에선 매주 다양한 공연들이 선보이고 있지만 요즘 처럼 찬바람 맞아가며 공연을 보기에는 상당한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서울 홍대의 경우 겨울철에도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들이 많이 있지만 대흥동 지역의 라이브 홀은 훼미리 호텔 뒷 골목에 위치한 '버찌 라이브 클럽'이 유일하다. 기자가 찾은 날도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타소리가 클럽 전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이곳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천태수(37)씨는 대전에서 활동하는 인디 뮤지션중 한사람이다.

-저기 천장에 붙은 곰팡이는 안 찍으실 거죠-

상가건물 주차장 지하에 위치한 30평 남짓한 공간. 그곳에 꾸며진 작은 무대에는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드럼과 드럼 못지않은 세월을 보낸 스피커들이 올려져 있었다.

여기도 어렵게 구했어요. 이곳에 정착하기 전에는 '팔로미노'라는 라이브 홀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시끄럽다는 민원이 쇄도하는 바람에 결국 여기로 자리를 옮겼죠. 그나마 이곳은 바로 위가 주차장이라 민원도 없고 건물 주인이 많이 배려를 해주세요. 운이 좋은 편이었죠.

서울 홍대 클럽에 비하면 아쉬운 부분이 많은 공간이지만 클럽에 대한 천 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가능하면 매주 공연을 하려고 노력하는데요. 아시겠지만 대전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많지 않아서요. 저 역시 음악을 10년째 해오고 있고 '베이비필(천태수 씨가 2004년 결성한 3인조 록밴드)이라는 밴드를 결성해서 활동하고 있지만. 대전을 기반으로 하고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밴드들이 3-4개 팀 정도 되고요. 나머지는 직장인 밴드와 대학교 동아리 밴드가 전부입니다.

음악으로 다른 뮤지션들 못지않은 세월을 보낸 천 씨도 대전지역 인디 뮤지션들의 환경에 대해 아쉬운 부분들을 드러냈다. 서울 홍대의 경우 클럽 수도 많지만 음악적 장르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죠.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골라서 즐길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대전은 밴드의 수요와 장르 공연장 등 모든 여건들이 한정돼 있죠. 요즘 극장들도 멀티 플렉스라고 해서 영화도 골라보는 세상인데. 한마디로 소비를 이끌어낼 기본적인 여건이 부족합니다.

앞서 소개한 두 밴드들 모두가 문화의 불모지 대전의 한계를 지적했었다. 조금만 인정을 받으면 서울로 올라가는 현실에 대해 천 씨는 음악을 하는 사람의 자세를 지적했다.

문화의 불모지라는 점은 공감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한 차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환경을 탓하기 이전에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고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거든요. 베이비필 이라는 이름으로 관객 모으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을 지역적 한계로 몰아붙이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모두가 떠난다면 대전에 남은 밴드가 어디있겠어요?

인터뷰가 있던 날 클럽에서는 3팀의 밴드 공연이 있었다. 다른 라이브 클럽이 그렇듯 약간의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밴드들의 열정과 열기를 따진다면 결코 많지 않은 액수였다.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수익은 없어요. 사실 집에서도 클럽 운영한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테리어 쪽 일을 하면서 클럽을 유지하고 있거든요. 아마 다른 클럽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을 겁니다. 주위 분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음악 하는 사람인데 즐겁게 해야죠. 일종의 책임감도 있고요 자꾸만 상업적인 측면을 생각한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이나 클럽은 운영하는 사람 모두가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방송 예능프로그램 등 대중매체를 사로잡고 있는 아이돌그룹, 걸 그룹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일단 그 들도 음악의 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그들이 주류로 인식되고 있지만 이련 현상은 외국도 마찬가지죠. 상업적인 흐름에 따라 대중들은 따라가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하는 음악을 대중들이 찾으려 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은 대세를 따르기 마련이죠.

천 씨가 이끌고 있는 베이비 필은 록 밴드다. 하지만 천 씨 자신은 음악에 대한 장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록 음악의 매력에 대해 한마디로 '노이즈'라는 대답을 했다.

여러 가지 매력이 있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고 외로움을 날려주기도 하고요 자기만의 세상에 빠질 수 있는 통로라 생각합니다. 남들과 교감을 통하지 않아도 세상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음악이죠.

천 씨는 2004년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과 함께 록 밴드 베이비 필을 결성 본격적인 대중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과 광주, 대구, 대전 등 전국을 활동하다 지난 달 드디어 첫 앨범을 내놓았다. 공식 앨범명은 "2012 A Beginning of a New Revolution 음악 활동 1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앞으로 희망을 묻는 질문에 천 씨는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현재 운영 중인 클럽이 오랜 시간 지역 밴드들의 공간으로 남기를 희망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천 씨가 가장 많이 강조한 부분은 음악인의 자세와 즐거움 이었다. 대전이라는 지역적인 한계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음악을 포기지 않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음악인으로써의 자부심과 우리지역 문화 독립에 대한 기대와 믿음 아닌가 생각해 본다.



금상진 / 중도일보 인터넷 방송국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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