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용균 대전장애인단체 총연합회장 |
필자는 역설적인 생각이지만 돌이켜 보면 가끔 장애인이 된 것이 감사할 때가 있다. 장애를 입은 것이 절대 감사할 수 없는 일이지만, 어느 장애인이든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내 친구요, 사랑을 나누며 함께 해야 할 공동운명체의 한 식구이기 때문이다. 더욱 이렇게 좋은 이웃들과 내가 좋아 하는 일을 찾아다니다 보니 늘 감사하고 행복한 삶을 누일 수 있어 힘들어도 항상 보약을 먹는 것 같아 행복하다.
옛날 일이지만 상관이 필자와 같이 근무하기를 서로 원해 행복했던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그렇다고 봉급이나 수당을 더 주는 것은 아니지만 진심으로 나를 당기고 자존심을 살려주던 기쁨으로 충성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가끔 장애인들과 함께 하다가 힘들고 어려울 때면 그 옛날 모시던 상관이 유난히 더 생각난다. 그분은 공군사관학교에서 사관생도에게 지(智)와 덕(德)과 용(勇)을 가르친 올곧은 교육자로서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지금도 살아계신 것처럼 필자의 가슴에 별 하나로 빛내 주고 계신 분이다.
필자는 중도장애인으로 19년의 세월을 살고 보니 아쉬움 속에 벌써 이순(耳順)을 지나는 나이가 되었다. 결국, 인생은 일회적인 것인 줄 알면서도 한번 흘러가면 그만인 것에 인생을 연습 삼아 살면 후회가 될 것 같아 여념 없이 일을 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제2의 인생을 산다는 마음으로 장애인을 위해 일하다가 힘들어도 그것이 겁(劫)이거니 생각하며 힘든 줄 모르고 살아 온 바로 피안의 길이다.
중도장애인이 장애를 이겨내기까지는 사람과 장애 정도에 따라 시간이 걸린다고 심리학자는 말하고 있다.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을 내다볼 정도로 내공이 필요하다고 한다. 필자는 물론 장애인이면 한번 정도 홍역처럼 겪는 일이다. 지나고 보니 우울증과 같은 고통과 번뇌로 괴로워 할 때, 우리 곁에 진정한 스승이 계셨다면 나 자신의 아픔을 쉽게 풀어가며 상처를 덜 받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가시나무새는 평생을 통해 한번 노래를 부른다는 설화가 있다. 그것이 노래인지 피맺힌 통곡인지 아무도 확인할 수 없으나 가시나무새는 `나 자신'을 버리고 가장 길고 날카로운 가사나무를 찾아 몸을 던져 단한번의 황홀한 노래와 맞바꾼다. 가장 위대한 것은 훌륭한 고통을 치러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 새가 보여 주는 교훈이 우리 자신과 결코 분리시킬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실상이 아닌가 싶다.
이제 2009년의 마지막 12월 끝자락에 와 있다. 기축년(己丑年)을 며칠 남겨 놓고 우리는 거둘 것보다 버릴 것들이 너무 많다. 닫힌 마음 문을 열고 고해성사를 통해 한 해 동안 가슴속을 누르고 있던 마음의 병을 치료한 후 새해를 맞이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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