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질문에 해답은 없지만 조정육 씨의 그림공부 사람공부라는 책에 어떤 이는 그림을 “백성들로 하여금 신령스러움과 사악함을 알게 하는 것” 이라했고 어떤 이는 그림을 “소리 없는 시”라고 했다. 전자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말로 그림의 역할을 강조한 말이라면 후자는 중국 당나라 때 시인이자 화가였던 왕유가 그림의 형식에 대해 말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당나라 서화론자 장언원은 “그림을 그릴 때 뜻보다 먼저 있고 그림이 다해도 뜻이 남아있게 그려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이 도달해야 할 경지에 대해 청나라 화가 석도는 “법이 없으면서도 법이 있는 곳”이라는 글을 읽으며 학생들과 함께하며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나 그림에 대해 접근해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아마도 요즘 열리고 있는 졸업작품전 이라는 전시가 법이 있으면서도 법이 없는 그러한 세계로의 진출 때문인 듯도 하다.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이들과 함께하며 느끼고 고민하는 또 하나는 졸업 후 진출에 대한 갈등과 걱정이다. 한 해 동안 대전지역의 미술대학에서 배출되는 미술 전공자들은 입학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대략 4개 대학에 620명 정도로 파악되는데 이들 중 졸업 후 가장 먼저 찾아오는 창작활동에 있어서 어려움은 작업공간에 대한 것으로 이해된다.
현재 전국의 각 지자체나 미술관, 관련단체와 기업 등에서 레지던시 스튜디오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입주 작가를 공모하는 방식 등으로 창작 센터를 운영 지원해 주고 있는 프로그램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데 경기도 미술관의 경우 지난 10월 경기창작센터를 개관하여 장기(1년)입주 작가 10명, 단기(1~6개월)입주 작가 40명 내외의 창작, 연구 분야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 중에 있기도 하다. 창작공간에 대한 지원은 지역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작가들에게 작업공간에 대한 1차적 문제해결과 창작을 통해 그리고 작업공간활용을 통해 도심 또는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 시키는 2차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대전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위해 그리고 지역에서 배출되는 우수한 미술 인력의 창작활동을 위해, 또한 도심재개발로 상대적으로 소외시 되고 있는 지역의 건물과 폐교되는 학교 등을 새로운 활용 가치로 재창출하기 위한 대전 미술창작센터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와 각 구청 그리고 지역의 미술관과 관련단체, 대학 등이 미술창작센터에 대한 구체적 계획과 실행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보면서 2010년도 미술대학 졸업생들은 좀 더 구체화된 대전지역의 창작센터에 입주할 기회가 제공되고 이를 통해 창작활동에 열기가 대전을 중심으로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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