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면서도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집안 어딘가에 묵혀있던 이탈리아제 경주용 자전거 ‘비양키’를 우연히 알게 된 고등학생 혼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학업과 시스템에 억눌린 일상생활 속에 묻혀있던 일탈의 욕망일까?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참을 수 없는 보헤미안의 본능일까? 그렇게 혼다는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린다.
아침부터 세상의 흐름을 거슬러 반대편으로 먼지와 바람을 가르고, 빗방울을 떨치며 도시와 농촌을 지나 바다를 끼고, 딱히 어디로 향한다는 목적도 없이 마냥 달리기만 한다.
마치 조용하면서도 내적으로 폭발하는 한편의 로드무비를 보듯 이 소설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 십상인 일본의 평범한 풍경을 세심하게 그리는 수채화인 동시에, 십대 청소년의 복잡하면서도 단순한 내면 심리와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정밀화이기도 하다.
특히, 휴대전화로 주고받는 청소년 특유의 문자메시지, 이모티콘, 대화들은 주인공의 방황하는 영혼과 재미있게 어우러지면서, 내적 세계와 외적 환경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베가북스/하다 케이스케 지음, 고정아 옮김/170쪽/9800원.
수능을 향한 고3들의 한해살이 보고서
▲고3완전정복=이 책은 수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고3의 일 년을 시간 순서대로 그리고 있다. 새해 첫날을 시작으로 3월 첫 번째 모의고사, 내신, 여름방학, 9월 전국 모의고사, 수능, 졸업까지 수험생활 일 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외국어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맹꽁, 몽, 옥희 세 사람이 번갈아 가면서 화자로 등장하는 이 소설은 고3 수험생활을 보내는 세 남녀 학생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때로는 수능이 전부이지만, 또 수능이 전부일 수만은 없는 고3의 생활 속에서 저자는 청소년들이 쓰는 어투를 그대로 살렸다. 그들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엿보기 위함이다.
때문에 거친 표현도 나오고 때로는 극본 형식도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것도 아니다. 저자의 진정성은 안정감 있는 문장을 통해 청소년뿐만 아니라 고3을 직·간접적으로 겪는 모든 독자들의 가슴에 따뜻함을 준다. ‘고3’의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는 이 소설은 기존의 학습비법 도서와는 다른 재미와 감동을 전한다. 새움/유수레 지음/412쪽/1만800원.
폐지주의 시조로부터 듣다
▲검찰, 왜 없애야 하나=이 책은 형벌 폐지주의 사상의 시조인 네덜란드 루크 훌스만의 각종 강연, 발표나 토론, 글 등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범죄란 아무런 실체도 없으며, 범죄라고 구성하여 이를 수사 기소 재판 수감하는 경찰 수사파트, 검찰, 형사법원, 감옥 등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루크 훌스만의 폐지주의 사상은 얼핏 보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지극히 생소한데다가, 삼권분립이니, 사법의 독립성이니, 법관의 양심이니, 악을 척결하는 검찰의 대쪽 같은 공정성이니 하는 일반인의 통념과는 정반대되며 선뜻 이해조차 하기 힘든 주장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경찰 수사를 지휘하며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을 포함해 형사사법제도의 폐지가 왜 필요하며, 그리고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를 차근차근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루크 훌스만이 어떻게 폐지주의 입장에 서게 됐는지도 잘 보여준다. 사람소리/루크 훌스만, 문성호 옮김/296쪽/1만7000원./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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