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전시를 목적으로 한 조형물이 아닌 경우라면 다음 전시를 위해 작품 철거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역에 예외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 9월 30일부터 11월 25일까지 국제우주대회(IAC)를 기념해‘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전을 마련했다. 미술관이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전시 중 하나로 국내는 물론 프랑스, 영국, 일본 등 다국적 작가들의 다양한 우주이야기를 담아냈다.
그 중 ‘얼굴 없는 예술가’로 불리며, 전자오락‘갤러그’의 캐릭터인‘스페이스 인베이더(Space Invader)’를 활용한 프랑스 작가의 설치미술은 단연 독보였다.
전시실 외에도 외벽, 미술관 주변, 지역 내 곳곳에 설치되면서 마치 우주에서 외계인이 침공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기존 전시실에서만 펼쳐졌던 딱딱한 전시에 비해 재밌고 신선하다는 평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하지만 전시가 끝나고 다음 전시가 이어지면서 전시실은 물론 지역 곳곳 건물에 부착된‘인베이더’작품 철수를 놓고 미술관이 적지않은 고민에 빠졌다.
작품은 비, 바람, 눈 등 외부환경에도 견딜만하게 부착됐지만, 미술관의 의도에 따라 철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베이더’작품은 한국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 작가는 파리, 런던, 뉴욕, 도쿄 등 총 38개 나라에 작품을 부착했으며 대전이 39번째 도시가 됐다. 작가의 유명세만큼이나 이전 나라에 설치된 작품은 단 한 곳도 철거된 곳이 없다.
더욱이 설치된 도시의 명물로도 인정받고 있어 그의 작품을 일부러 찾으러 다니는 관광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 황 모씨(유성구 노은동)는 “전시 동안 아이들이‘인베이더’캐릭터를 찾는 재미에 빠졌었는데, 최근까지도 여전히 찾고 있다”며“기존 전시와 달리 일회성에 그치는 전시 같지 않은 만큼‘인베이더’작품이 지역에 계속 남아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인베이더’작품이 설치된 이전 도시에서는 철거된 적이 없었다”며 “지역은 철거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은 없었기에 조만간 철거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은희 기자 kugu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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