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기 대전 서구선관위 사무국장 |
오바마와 매케인 후보가 대선을 통하여 모금한 총금액이 14억 달러 정도이고 선거비용으로 사용한 금액이 10억 달러가 넘는 그야말로 `쩐의전쟁'이라 할 만하였다.
오바마 후보가 모금한 정치자금은 7억4500만 달러(약 9000억 원)으로 이 중 88%에 해당하는 금액인 6억5600만달러가 개인기부자이며, 특히 모금 총금액 중 45%에 해당하는 금액이 200달러 미만의 소액기부자로 이루어졌다.
무려 14만 명이 넘는 인원이 소액기부를 통해 오바마 후보를 지지 했던 것이다. 매케인 후보는 3억6800만달러(약 4400억 원)의 정치자금을 모금하고 이중 54%에 해당하는 금액을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았으며 모금 총액 중 24% 정도가 200달러 이하의 소액기부자였다. `쩐의 전쟁' 결과처럼 오바마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오바마 후보는 150만 개미군단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을 유권자 모두에게 환기시켰고, 또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정치자금 기부문화의 패러다임을 보여줬던 것이다.
지난 9월9일 미국의회의사당에서 작은 소요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라면 말 그대로 작은 소요로 그쳤을 일이었다.
의회의사당 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할 때 조 윌슨(공화당)의원이 `거짓말'이라고 외쳤던 것이다. 의사당 안에서 기본예의를 잃은 조 윌슨 의원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일이 벌어진 당일 조 윌슨의원의 선거구인 사우스캐롤라이나 제2선거구 1만 4000여 명의 유권자가 윌슨 의원의 경쟁상대인 롭 밀러(민주당) 후보에게 50만 달러(약 6억 1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했던 것이다. 그때까지 롭 밀러 후보는 거의 무명의 정치인으로 상반기 6개월간 모금액이 4만 8000달러(약 5900만 원)에 그치고 있었고 윌슨 의원의 모금액은 21만 달러(약 2억 6000만 원)이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남의 나라 먼 이야기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미국이란 나라가 정상에 서서 오랜 세월 세계를 이끄는 힘의 원천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political fund)은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기회비용이며 정치인을 유권자의 손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앞의 이야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도 정치에 대한 개탄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노력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는 적은 돈이라도 기부하여 격려와 성원을 보내주고 국민의 대표로서 예의와 품의를 잃거나 국민을 기만하여 약속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 이에게는 그 경쟁자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고 지지해 줌으로써 올바른 정치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요즘 정당이나 국회의원 등 정치인의 한해 활동내용을 살펴보고 당원은 소속정당에, 정당에 속하지 않은 유권자는 정치자금을 기탁·기부할 수 있는 선거관리위원회나 국회의원후원회에 세액공제(10만 원) 안의 범위에서나마 정치자금을 기탁·기부하고 지지해주는 참여의식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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