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은 보름이 넘도록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다가 보복이 두려워 등교를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10일 대전시교육청과 피해학생 부모에 따르면 A초등학교 B(13)군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8개월간 주변 친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지난 10월에도 폭행을 당해 병원 진단 결과, 뇌진탕 소견을 받아 소아정신과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학생 부모는 학교에 폭행사태 문제를 제기했지만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분쟁조정 결과, `6학년 학생들의 발달 특성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결과만 얻었을 뿐이다.
이에 지난 1일 시교육청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시교육청 역시 `폭언이나 폭행에 대한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피해학생이나 부모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증거를 찾아 오라는 것이어서 피해학생이나 부모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있다.
B군의 부모는 “자식이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얘기하는데 학교나 교육청에서는 증거를 찾아오라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담당 의사도 다시 학교에 등교했다가 또 보복을 당하면 정신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식이 보복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학교에 가면 죽어버린다'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고 하소연 했다.
당초 B군의 부모는 학교에 가해학생들의 전학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피해자인 B군이 전학을 가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리는 형편이 됐다.
이에 대해 학교와 시교육청은 “B군의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 폭언이나 폭행 등에 따른 증거가 명확하지 않고 수사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라는 말을 되풀이 하고 있다.
더욱이 B군의 부모가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격하하면서 피해학생이나 부모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는 실정이다.
기선완 건양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어린 학생의 폭행에 따른 정신적 충격은 한번 정도는 치료가 가능하지만 향후 보복으로 이어졌을 경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교육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