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으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0분 만에 백일잔치를 마친 범찬이의 사계를 보여드립니다.”
올 연말 완공을 앞둔 대전시 중구 뿌리공원 내 족보박물관 학예사로 근무하고 있는 심민호 씨가 아들 범찬이의 첫돌을 맞아 지인들에게 보낸 `범찬이의 사계'라는 브로슈어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인큐베이터에 의존하던 시간들, 폐렴으로 소아병원에 입원해 재활치료까지의 힘든 과정들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눠 사진과 함께 기록한 이 브로슈어는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애틋한 부모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심 씨의 첫 아들 범찬이는 40주를 다 채우지 못하고 32주3일만에 1.25㎏의 저체중으로 세상에 나왔다.
범찬이가 태어난 12월 14일을 심 씨는 브로슈어에 이렇게 적었다.
“추운 겨울날 수술동의서의 사인이 마르기도 전에 발이 나오기 시작한 범찬이가 태어났지만 봄이 될 때까지 아이 울음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두꺼운 유리창과 면회객 어깨 너머로 까치발을 들고 하루 두 번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던 아이를 한번만이라도 만져볼 수 있다면….”
4개월을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범찬이는 백일잔치도 면회시간을 이용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10분 만에 치렀으며 124일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했지만 곧바로 폐렴으로 다시 입원해 세상에 나온 1년간의 대부분을 병원에서 보냈다.
14일 첫 생일을 맞는 범찬이의 몸무게는 현재 6.5㎏으로 아직도 또래 아기들에 비해 작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까르르 잘 웃고 책과 장난감을 좋아한다.
`범찬이의 사계'라는 독특한 브로슈어를 만든 심 씨는 “아기의 우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기가 보채는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유난히 힘든 과정을 거쳐 부모 품에 돌아온 범찬이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소망하는 뜻에서 성장과정을 기록하게 됐다”며 “아이를 건강하게 돌봐주고 격려해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임연희 기자 lyh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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