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하랬더니 화투 쳐

대전청 소속 경찰 도박장 출입하다 적발 올들어 대전·충남청 25명 기강해이 우려

도박을 단속해야 할 경찰관이 직접 도박하거나 도박장을 드나드는 사례가 잇따라 경찰 지휘부 인사철을 앞두고 근무기강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대전 A 경찰서 B 경위가 도박을 하다 적발돼 이달 초 징계를 받았다.

경찰은 B 경위가 근무시간 또는 상황 대기 시간을 이용해 일반인과 어울려 수차례 화투 일명 `고스톱'을 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경찰관은 외근 활동 중 지인이 운영하는 영업장 등에서 식사 내기 등으로 잠시 참여한 것 뿐이라고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에서 첩보활동을 하는 보직으로 정상참작의 여지가 일부 있음에도 B 경위가 수차례 도박을 했고 모범을 보여야 할 간부인 점 등을 감안, A 경찰서는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지난달에는 충남경찰청 소속 C 경찰서 지구대 D 경사가 도박장을 출입한 사실이 포착됐다.

D 경사의 경우 실제 도박에 가담했는 지 여부는 판가름나지 않았지만, C 경찰서 징계위원회는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판단, 해임 처리했다.

이밖에 지난 4월에는 대전 E 경찰서에 근무하던 F 경사가 불법 인터넷 사설 경마사이트에서 도박을 하다 적발돼 해임되기도 했다.

대전과 충남청 경찰관의 나사 풀린 모습은 통계로도 엿볼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나라당 안경률 의원의 충남경찰청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도박행위를 포함하는 규율위반 징계자 수가 최근 3년 새 계속 증가하고 있다.

양 청을 합쳐 규율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2007년 10명이었다가 2008년엔 19명으로 불어났다.

올 들어서는 더욱 심각해 8월 말 현재 벌써 25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회사원 정 모(33)씨는 “법과 원칙을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켜야 할 경찰관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한다면 누가 경찰관의 말을 믿고 따르겠느냐”며 각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경찰이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일부가 간혹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 뒤에 오르는 데 비위 사실 적발 시 엄하게 처벌해 근무기강을 바로잡겠다”고 해명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