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확장·편견에 밀려 외곽으로... 환영받지 못했던 '영혼의 안식처'

도시확장·편견에 밀려 외곽으로... 환영받지 못했던 '영혼의 안식처'

<대전개시60년 그현장 그모습> 21.장묘시설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10 12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대전시에 지난 2년 동안 화장장이 없어 늘어나는 장례에 문제가 되고 있다.” 중도일보 1973년 3월 18일자 보도 내용이다. 1949년 대전 부(府)가 대전시(市)로 승격한 이후 인구증가와 도시팽창에 따른 공동묘지 및 화장장 확보문제는 60년~70년대 지역의 큰 화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동·정동·삼성동에서 시작한 대전이 인구증가로 홍도동, 도마동까지 대규모 주택단지로 개발이 발표됐지만, 이곳은 이미 공동묘지가 자리한 곳으로 묘지와 화장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과 새로운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문제였다. 대전지역의 장묘시설 변천사를 짚어봤다.


▲화장장 부지를 찾아서=대전지역에 화장장이 만들어진 것은 일제강점시대 일본인들이 대전에 정착하면서 그들의 화장문화까지 함께 전해진 것으로 알려진다.

대전에는 동구 홍도동에 화장장이 있었으며 이 시설은 1935년께 조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홍도동은 이미 공동묘지로 활용되던 곳으로 1970년 시정백서에 따르면 `대전역 북방 1.5km에 있는 화장장과 공동묘지는 도시발전상 암적 존재가 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총면적 17만 4900㎡(5만 3000평)에 2만 3000여 기가 매장된 홍도동 공동묘지는 1970년부터 대덕군 괴곡리 공설묘지에 이전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도시확장에 따른 주택단지 확보 차원에서 건설계획이 세워졌고 당시 외곽으로 분류된 대전 곳곳에 조성된 공동묘지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음을 짐작케 한다.

대전시는 1968년 1차연도 공동묘지 이관계획을 세우고 홍도동 공동묘지와 화장장을 대덕군 괴곡리(현 서구 괴곡동) 신묘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실행했다. 체계가 잡힌 공설묘지와 화장장 시설도 이때부터 시작됐다.

홍도동 화장장이 정확히 언제 철거됐는지는 신문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도일보 1973년 기사를 보면 `1971년 3월 홍도동 화장장이 폐쇄된 이후 현재까지 대전시관내에는 화장장이 한 곳도 없다'고 보도돼 있다. 그러면서 `묘지난(苗地難)을 해소할 수 있는 화장장이 한 군데도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돼 있다. 홍도동 주택단지를 개발하면서 공동묘지 이전과 함께 화장장도 철거했고 급증하는 인구와 비례해 사망자를 묻을 공동묘지도 부족한 상황에서 2년 동안 화장장 대체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던 것이다.

공설묘지에 무덤을 만들 공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홍도동 화장장까지 폐쇄된 이후 대전시는 화장장 대체부지 확보를 위해 3곳 이상을 매입, 또는 일부건설했던 것으로 보인다. 1971년 시정백서에는 `대덕군 계곡리에 간이 화장장을 설치하려 했으나 주민들의 비협조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덕군 산내면 무수리와 동면 신상리에도 각각 화장장 부지를 매입하는 등 준비를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들어서지 못했다. 특히 현재 세천고개 쯤으로 추정되는 대덕군 북면 신상리 화장장 부지는 1968년 12월 대전시가 당시 7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화장장 건물을 짓고 40%의 공정을 진행했지만, 당시 정치인과 충북도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방치하고 있다가 이마저도 포기하게 된다.

당시 화장장이 들어서기 어려웠던 데는 무엇보다 화장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한번 1973년 3월 22일자 중도일보를 보면 `1971년 시내 홍도동에 화장장이 있을 당시 통계를 보면 1월부터 3월 초까지 64구의 시체가 화장됐는데 이 때를 기준으로 해 생각해 볼 때 연간 250~300여구가 화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38년이 지난 현재 대전시 공설화장장에서 한해 6100여 구가 화장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1970년대 당시 화장문화가 아직 정착되기 전임을 알 수 있다. 또 당시 공주의 무령왕릉 발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이 화장문화를 더욱 멀리하는 동기로 작용했다.

▲도시확장에 밀려 외곽으로=현재 대전 서구 괴곡동에 49만㎡로 조성된 공설묘지는 대전시내에 있던 묘지를 1968년부터 하나씩 이전하면서 조성된 것으로 이 당시 홍도동, 도마동, 복수동, 갈마동 등이 공동묘지로 활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1972년 시정백서에는 대전시 2차 공동묘지 이관계획에 따라 복수동·갈마동·도마동·대화동에 공동묘지를 각각 괴곡동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복수동 공동묘지는 대전역에서 약 6km밖에 위치하며 7만 1940㎡(2만 1800평)에 분묘 940기가 매장돼 있다고 적어 놓았다. 갈마공동묘지 역시 대전역에서 6km 거리에 있으며 1만692㎡(3240평)에 550기가 매장돼 있으며 4km 떨어진 도마동 공동묘지 1만 9800㎡(6000평)에는 1500기의 분묘가 매장돼 있다고 전하고 있다.

대전역과 대전천을 중심으로 비교적 외곽지역은 공동묘지로 활용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장묘문화는 3·5일장을 치르고서 관이 든 상여를 여럿이 어깨에 메고 장지까지 이동했으므로 대전역 중심의 초창기 대전 주거지역에서 상여를 옮길 수 있는 수km 내에 공동묘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이곳들이 차츰 모두 주택지역으로 개발됐고 이에따라 대체부지로 현재 괴곡동의 공설묘지로 이전된 것이다. 또 짧은 시간에 집단으로 공동묘지가 이전하면서 당시 연락이 닿지 않는 무연분묘가 발생했다. 시는 홍도동에서 나온 무연분묘 1만 3850기는 시립 공설묘지에 공동 봉안당을 만들었으며 홍도총이라 이름붙여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현재 화장장과 공설묘지=현재 서구 정림동 화장장 정수원(淨愁園)과 괴곡동 공설묘지는 모두 60~70년대 도시확장을 피해 마련된 것으로 화장장은 1976년 2월 1일에, 공설묘지는 1968년 3월 23일에 각각 개장했다.

그 때 화장장 자리를 물색하고 직접 개장한 김보성 행정동우회 회장(전 대전시장)은 “당시 대전에 화장장이 없어 시신 화장을 위해 청주, 전주까지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주민들과 큰 마찰 없이 무연돌 방식의 화장장을 만든 게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1976년 문을 연 이후 현재까지 대전의 유일한 화장장으로 남아있는 정수원은 화장로 7기와 소각로 1기를 갖추고 있다. 또 공설묘지 49만 9440㎡에는 분묘 1만 436기가 매장돼 있으며, 수용면적 대비 만장으로 부부 합장만 매장할 수 있고 다른 경우는 매장하지 않고 있다.

공설묘지는 매장 외에 봉안당 2개 관과 가족묘원이 운영되고 있다. 봉안당은 납골을 모시는 곳으로 1만 8000여 기의 유골이 모셔져 있다. 또 가족 납골당인 가족묘원은 1기당 20위의 유골을 모실 수 있는 곳으로 가족 납골당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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