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모]성격유형에 따른 공감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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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모]성격유형에 따른 공감 상담

[교육단상]정준모 서천교육청 교사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9 20면
  • 정준모 서천교육청 교사정준모 서천교육청 교사
 학교상담 현장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수업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심리 상담을 부담스러워한다. 그 이유는 상담을 하는 학생들은 문제아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반면에 학습유형검사를 통한 학습·진로상담은 선호한다. 그 이유는 학교부적응 학생들도 자신의 성격유형 이해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상담보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 정준모 서천교육청 교사
▲ 정준모 서천교육청 교사
학교상담에 있어서 학생들에게 상담은 문제 학생들이 하는 것이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도록 상담대상 학생을 선정할 때 신중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부적응 학생들을 떠맡기는 식의 상담의뢰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담을 의뢰할 때 상담을 하면 바로 행동의 변화가 나타날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정서적 안정을 통한 부적응 행동을 점차적으로 감소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학생들의 문제는 정서에서부터 시작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정서적인 문제가 많이 나타난다. 이를 잘 해결하면 건강해지지만, 해결하지 못하면 학교부적응 및 일탈행동으로 이어진다. 청소년기의 일탈행동은 안개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편류현상과 같이 본다. 그러나 이 때 타인으로부터 낙인이 되면 평생 일탈자로 불행하게 병든 삶을 살게 된다.

 달걀을 밖에서 깨면 반찬이 되지만 안에서 스스로 깨고 나오면 생명이 된다고 한다. 안에서 깨고 나오기 까지는 어미닭이 달걀을 21일 동안 품어 주듯이 우리도 일탈 학생들을 품어 주어야 한다. 교사와 상담자들이 부적응 학생들을 품고 기다려주는 이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학생들을 품어 줄려면 공감을 해야 한다. 공감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단어이다. 그러나 실제 마음으로 깨닫고 몸으로 느끼기까지는 다양한 상담경험이 필요하다.

 나 또한 늘 ‘공감’을 말하고 실천한다고 생각해 왔지만 실제로 깨달은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어느 날 한 교장 선생님의 자살시도학생에 대한 상담요청이 왔다.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는데 다른 학생과 사귀면서 자신은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해를 통해 여학생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의도였다. 교장선생님, 담임선생님, 어머니, 기타 여러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이야기를 다 하였다. “여자가 하나뿐이냐” “누구나 실연을 당할 수 있다” “그 여학생 별로 예쁘지도 않다” 등등. 내담자는 말이 없었다.

 상담 도중에 다른 이야기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던 이 학생이, “중학교 때 학생 간의 교제는 대부분 오래가지 못한다”는 말에 눈빛과 표정의 변화를 보이고 관심을 보였다. 내담자는 여학생이 사귀는 남자와 헤어지면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는 희망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마음을 공감하고, 상담방향을 내담자가 여학생을 사귈 수 있는 방안으로 이끌어 갔다. 그 때 내담자는 좋아하는 여학생의 마음을 얻으려고 자해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스스로 깨닫고 다른 방법을 연구했다. 그리고 자살을 연기하기로 상담자와 약속하고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한 학부모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 요트디자인을 배우기 위해 호주에 국비유학을 떠났다는 것이다. 부모님 말씀으로는 전국에서 1명 선발되었다고 했다. 공부도 못하고 학교도 다닐 수 없었던 아들이 유학이라니 하며, 너무 고마워서 전화를 드린다고 했다. 중학교에서 폭력 문제로 권고전학 조치를 받은 상태에 있는 학생을 공감 상담한 사례이다. 상담을 하면서 여러 문제로 답답했던 마음이 확 트이면서 참으로 벅찬 감동이 솟아오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늘 비범하고 특별한 상담기법을 찾곤 한다. 그러나 공기와 물처럼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법, 기본적인 공감기법을 정확히 이해하고 상담 장면에 적용하면 높은 상담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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