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팔리는 책 '고유번호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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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팔리는 책 '고유번호 몰라요'

지역문인 ISBN·ISSN 등록 꺼려... 창작물 공유안돼 `자기만족' 지적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9 7면
  • 강순욱 기자강순욱 기자
“아니 책을 팔고 사는 일이 없는데 그런 것 찍어서 뭐한대요.”

지역 문인들이 출판물 유통 시스템의 중요한 요소인 ISBN(국제표준도서번호)이나 ISSN(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 등록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ISBN과 ISSN은 각종 출판물을 컴퓨터로 간단히 식별,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인 고유번호로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한국문헌번호센터로 지정돼 번호관리와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출판물이 서점 등지에 유통되기 위해서는 고유번호를 부여받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출판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고유번호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심지어 ISBN의 경우 기존 10자리 숫자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2007년부터 13자리로 고유번호가 확대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 문학계의 상황은 정 반대로 지역 문학인들의 출판물 가운데 고유번호를 부여받은 경우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지역 문학계 인사들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당연한 현상'이라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역의 한 문학계 인사는 “출판물을 사는 사람이 없는데 굳이 고유번호를 받아 출판시장에 내 놓을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지역 문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대부분이 자기 돈으로 책을 출간해서 지인들이나 동인들에게 나눠주고 마는 것이 문학계의 현실이다. 자기만족 수준이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 문예진흥기금 문학 분야에서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8일 현재 올해 문예진흥기금 지원 대상(43건) 중 사후 보고된 16건의 출판물을 확인한 결과 5건 만이 고유번호를 부여받아 출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문화계 인사들은 창작물이 독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현실에 적지 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독자들이 찾지 않고 저자들이 내놓지 않는 악순환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경우 지역 문학계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어 어떤 식으로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전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작가와 독자의 관계회복이 중요한 문제겠지만 우선 내년도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이런 문제를 일부라도 보완할 수 있도록 해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강순욱 기자 k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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