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관형사] 맨 처음의
·처음[명사]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앞
우리 국어사전에는 이렇게 나온다.
두 번일 수 없고 다시할 수 없는, 그래서 설레고 소중한 `첫'
이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은 역시 `사랑'이 아닐까
첫. 사. 랑.
그리우신가, 가슴 아프신가, 먹먹해지시는가, 아니면 슬쩍 미소지어 지시는가
▲ '첫사랑' 이금이 지음/푸른책들 |
이 책은 성장소설이다. 너도 하늘말라리야』, 『유진과 유진』등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서 `이 시대의 가장 진솔한 이야기꾼' 으로 불리는 이금이 작가는 동재의 첫사랑을 통해 아이를 소년으로 성장시키고, 주변 인물들의 사랑과 관계성의 진실을 통해 우리를 성장시킨다.
주인공 동재는 열세 살 초등학생이다. 그래서 쉽게 `아이들이 무슨 사랑타령이냐' 또는 `아이들의 유치하고 장난같은 사랑이야기겠지' 하고 단정짓기 쉽다. 하지만 초등학생도 삼각관계, 실연, 데이트비용을 고민하며 어른들처럼 연애한다. 또한 스킨십에 대한 고민도 나름 진지하게 묘사된다. 그래서 초등학생 동재의 사랑은 사춘기 동년배를 넘어서서 넓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금이 작가는 지금은 대학생이 된 작가의 아들이 사춘기시절 여자친구를 만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소설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춘기소년의 심리묘사와 이들이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분위기가 잘 반영되어 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의 사랑이 나온다.
먼저 동재의 첫사랑. 동재는 부모님의 이혼과 아빠의 재혼으로 잔뜩 혼란스러울 때 전학 온 연아에게 한눈에 반한다.
`베프' 민규의 도움으로 연아와 사귀게 되지만 처음으로 여자와 이성적인 관계를 맺게 된 동재는 어떻게 이 관계를 이어가고 유지시켜 나가야 하는지 몰라 힘들어 한다. 남자와 여자의 시선의 차이를 동재가 알 리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방식과 세상에 널리 유행하는 방식사이에서 많은 혼란을 느끼게 되며 결국 연아와 헤어지게 된다. 모든 첫사랑이 그렇듯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 원인이 된 동재 친부모의 이혼은 그 과정을 통해 동재 친부모를 한층 더 성장시키고 각자 새로운 사랑을 찾는다.
그러나 동재는 아빠의 재혼 후 변화된 모습 때문에 혼란을 겪게 되지만 결국 그건 아빠의 성장이었으리라. 더 놀라운 건 친엄마. 이혼 후 스페인으로 유학을 떠난 엄마는 연락이 잘 닿지 않다가 외국인 남자친구와 동재앞에 나타난다.
엄마는 결혼으로 인해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자아와 자유를 찾아 한 인간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옆집 할머니의 가슴아픈 첫사랑. 젊은 시절 할머니의 햇빛알레르기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각자의 생을 살다가 끝내 잊지 못하고 늘그막에 다시 만난 노년의 사랑이 눈물겹다.
새로운 사랑을 찾고 노력하는 재혼 가정에서 첫사랑을 경험하게 된 동재, 동재의 부모님 그리고 새엄마가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결국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인생들과 더불어 끝없이 계속되는 우리들의 끊임없이 따뜻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앞으로 살면서 넌 많은 사랑을 하게 될거야. 그때마다 온갖 감정들을 경험하겠지. 아빠는 우리 아들이, 그 사랑을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사랑이 널 성장시켜 준다면 그 사랑은 어떻게 끝나든 해피 엔딩이라는 걸 잊지마라.”
사랑하자, 오늘 더 사랑하자 사랑은 늘 해피 엔딩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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