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사례를 보면 이공계를 전공하는 학과나 소수의 인문계 학생들은 산학협동체계를 통한 BK사업이나 각종 산학 연계사업 해왔었다. 그러나 미술계의 경우 그러한 시도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었다. 미술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되는 학생들을 위해 사회와 연계된 전초전은 없었던 것이다. 각 학과의 수업 외에도 미술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지역미술계의 현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체계적인 인턴십 과정이나 다양한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한 학교와 사회 간의 연계 교육이 이루어졌어야 하나 현실은 그러한 모델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며칠 전 10회째 이르는 준학예사 선발시험이 있었다. 그 시험의 응시자 수가 무려 1000여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는 큐레이터나 학예 직종에 관한 관심도를 알게 한다.
그러나 학예사자격증만으로 모든 미술관이나 화랑의 문을 열어젖힐 수는 없다. 학예사란 직종도 시험만이 아닌 미술관련 단체나 기관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만 자격증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문적인 미술인들의 양성에는 이처럼 시험이 아닌 미술계의 인재양성에 관한 프로그램과 협조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미술계의 상황 특히 지역미술계의 경우를 보았을 때, 전시의 진행은 여전히 작가 중심으로 기획의 경우라 해도 극히 형식적 선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시진행의 전 과정에 대한 내용은 작품준비와 공간에 대한 고려 이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보다 구체적이고 특수한 전시의 부분영역들에 관한 연구와 전문성이 요구됨에도 그러한 기본적인 구성요소조차 현실의 공간인 화랑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웠다. 결국, 다양한 기획의 과정과 절차가 지역미술계에 시행되어야 미술계가 활성화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어도 전문미술기획인도 부족하고 설사 있어도 채용하거나 함께 일할 만큼의 인식과 경제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미술계에 작가양성 프로그램만이 돌아간다면 균형 잡힌 미술계 활성화는 당연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 학교교육에서 양성된 인재는 결국 그 사회에서 흡수해야할 고급 인력이다. 지역의 교육기관과 함께 다양한 기관, 단체들이 네트워크 체계를 통해 지역의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할 것이며, 또한 계속해서 양성해낼 미술전문인들을 수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취지를 잘 이해한 갤러리 대표를 통해 학생들의 기획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었음은 앞으로 지역미술계에 좋은 선례로 남을것으로 본다.
지역의 한 미술대학에서 그들의 꿈을 준비하고 졸업 후에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능력향상의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단체가 격려와 힘을 보태주는 것이야말로 그동안 구구절절하게 느껴왔던 지역미술의 여러 한계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아직은 학생신분이기에 미흡하고 부족한 점들이 많겠지만 젊은 그들이기에 지켜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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