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수진이, 3마리 부화시켜 여름에 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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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수진이, 3마리 부화시켜 여름에 방사

12살 수진이, 3마리 부화시켜 여름에 방사 배라도 고플까 곁에서 정성스레 보살펴와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8 22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오리야, 어딨니? 밥 줄게 어서와.”

학교 수업을 마친 수진이(박수진·12·대전시 유성구 전민동)가 갑천변으로 나가 오리를 부른다.

수진이의 목소리를 들은 청둥오리 세 마리가 마치 경주를 하듯 물에서 뛰쳐나와 수진이에게 달려온다.

“오리야 잘 놀았어? 어서 밥 먹어.”

물 밖으로 나온 오리들은 수진이가 머리와 몸통을 만지는데도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수진이 품으로 파고든다.

수진이와 오리의 인연은 지난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수진이는 30개의 오리 알을 부화시켜 새끼 세 마리를 얻었으나 이중 한 마리가 죽자 추가로 오리 알 30개를 부화시켜 세 마리가 더 탄생했다. 수진이가 이렇게 부화시킨 6마리의 오리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오리는 모두 세 마리다.

이들 오리를 강아지 집에서 키우다가 야생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심한 수진이는 지난 8월 집 근처 갑천에 오리를 방사했다.

수진이는 “물 가운데로 오리를 던져줬는데 처음 들어가 보는 물에 놀라 밖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몇 번 집으로 다시 데리고 와서 오리들을 굶겼다가 천변 수풀에 놓아 주니 물질을 하기 시작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오리들의 행동반경이 넓어지고 먹이를 먹는 모습도 보여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러나 수진이는 “오리들이 갑천에서 잘 살기를 바랐는데 갈 때마다 한 마리씩 실종되고 없을 때에는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며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오리가 잘 있는지 걱정되는 수진이는 1주일에도 몇 차례씩 강아지 사료를 들고 갑천으로 나간다.

“오리들이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배가 고프면 어쩌나 싶어 먹이를 가져다준다”는 수진이는 “내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오리들이 반갑게 달려 나와 먹이를 먹는 모습이 너무 예쁘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수진이 말처럼 오리를 부르지 않아도 멀리서 뛰어오는 수진이 발자국 소리를 들은 오리들이 물 가장자리로 나오는 모습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신기하다.

오리를 부르는 소녀 수진이의 장래 희망은 수의사. 동물을 좋아하는 수진이는 강아지와 오리는 물론 병아리와 햄스터도 잘 돌본다.

앞으로도 더 많은 오리를 부화시켜 갑천에서 살게 하고픈 수진이는 “오리와 철새, 물고기들이 조화를 이루고 잘 살 수 있도록 갑천과 주변 환경이 맑고 깨끗하게 잘 보전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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