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부름에 4살배기 아름이는 엄마 손에 이끌려 옷깃을 걷었다. 주삿바늘이 몸에 들어가자 아름이는 잔뜩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접종을 마친 의료진은 “이상반응이 나타날지 모르니 20분간 쉬다가 가세요”라며 주의사항을 알리고 나서 다음 접종 채비를 서둘렀다.
아름이 엄마는 “오늘 목욕해도 되느냐”,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있느냐”라며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묻고 나서야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7일 영유아 신종플루 백신 예방 접종 첫날, 서구에 있는 J 소아과에서 벌어진 광경이다. 대전 지역 300여 개 위탁 병원에서 일제히 백신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각 병원에는 접종을 예약한 부모와 아동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 6세 미만 미취학 영유아에 대한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접종이 시작된 7일 대전 탄방동에 위치한 소아과에서 어린이들이 백신을 맞고있다./손인중 기자 |
전문의에게 예방 접종이 가능한 몸 상태인지 예진을 받은 뒤 별도로 마련된 접종실에서 주사를 맞았다. 접종실에서 만난 부모들의 관심사는 단연, 백신 안전성 여부였다.
보건당국의 수차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에게 백신이 과연 괜찮을까 하는 불안한 반응이 대세였다.
중구 A 내과에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온 30대 여성은 “(백신이 안전한 것인지) 엄청나게 불안한데 지금 안 맞으면 또 약이 언제 올지 모르니까…”라며 백신 안전성 및 물량 공급 문제를 꼬집었다.
다른 여성은 “4살짜리 아들이 접종을 맞았는데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하니 엄마로서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며 “그래도 백신 접종을 하는 아이들이 대다수이니 정부를 믿고서 오늘 병원을 찾았다”고 심정을 밝혔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몰려드는 환자 탓에 의료진이 피로를 호소하기도 했다. 정부가 특정 기관에 환자가 몰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정한 1일 접종 인원은 의원급 80명, 병원급 110명, 종합병원 150명. 그렇지만, 많은 부모들이 시내의 유명 소아과에 예약을 집중하면서 일부 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서구 B 소아과 관계자는 “오늘부터 다음 주까지 하루 110명씩 예약이 돼 있다”며 “몰려드는 접종자를 처리하느라 5분에 한 명씩 주사를 놓아도 한 눈 팔 틈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영유아와 8세 미만 어린이들은 1회 접종만으로 충분한 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1차 접종 뒤 4주가 지난 후부터 2차 접종을 해야 한다. 또 백신 접종 뒤 호흡곤란이나 쉰 목소리, 눈 부위의 심한 부종 등이 생기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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