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꼽힌 키워드는 ‘녹색(Green)’이었으며, 신종플루의 여파도 소비 트렌드에 반영됐다. 유통업계가 제시한 키워드를 통해 올 한해 소비 트렌드를 살펴봤다.<편집자 주>
▲백화점 소비 트렌드는 ‘슈가(S.U.G.A.R)’=백화점에서는 올해의 소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키워드로 면역력 증강 식품(Super-food)ㆍ홈웨어 및 방문 서비스(Uptown)ㆍ녹색(Green),외모 가꾸기(Anti-Age)ㆍ전통상품(Revival) 등 5가지가 꼽혔다. 현대백화점이 자사 매출 분석 자료와 바이어ㆍ판매사원 등의 의견을 반영해 선정한 결과다.
이 중 주택지를 뜻하는 영문키워드 ‘업타운(Uptown)’과 건강식품을 뜻하는 ‘슈퍼푸드(Super-food)’는 신종플루의 여파가 반영된 키워드다. 이 백화점에서는 올해 홍삼과 비타민 제품 매출이 각각 34%와 29% 증가했다. 이 밖에 연어(61%)와 호두(47%), 호박(35%) 등을 비롯해 건강에 유익한 식품군의 매출이 대부분 크게 늘었다.
이와 함께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로 홈웨어나 잠옷 등 집안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의류가 많이 팔렸다. 또 해외여행이 줄고 가까운 곳으로의 나들이를 선호하는 경향으로 캠핑용품 매출이 50%이상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에서도 녹색소비의 확산 경향이 두드러졌다. 사은품으로 친환경 가방인 이른바 ‘에코백’이 등장해 큰 인기를 끌었고,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에코백은 10만개 가까운 물량이 동이 났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유난히 외모를 가꾸는 상품(Anti-Age)이 인기를 끈 것도 눈길을 끈다. 화장품 매출이 전년에 비해 28%나 증가했으며, 특히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막걸리나 전통 공예품 같은 전통상품(Revival)의 인기도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현대백화점에서는 유명 수입 식기 브랜드 매출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가운데, 국내 주요 도자기 브랜드 매출은 2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막걸리 열풍은 백화점에서도 이어져 지난해 하루 1~2병 정도 판매되던 것이 올해는 하루 100병 이상 팔려 나갔다.
▲대형마트 올해의 소비 트렌드 ‘걸(G.I.R.L)’이 주도=신세계 이마트가 뽑은 올해의 소비 키워드는 녹색소비(Green consumer)ㆍ신종플루(Influenza effect)ㆍ명예회복(Rebirth)ㆍ저가상품(Low price) 등 4가지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의 자사 점포 126곳을 통해 2억 1000만 명의 소비자에게 판매된 상품군 2874개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다.
가장 먼저 녹색 소비자(Green consumer)의 확산은 전국 점포를 통해 팔려나간 85만개의 장바구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지난해 장바구니가 1800개 정도 팔렸던 것에 비해 472배나 많은 것이다.
이 밖에 머그컵 매출이 61.9%, 식기와 밀폐용기 매출이 각각 20.2%와 14.9% 증가한 것에 비해 종이컵과 일회용 접시 등 일회용품 매출이 34.7% 줄어든 것도 녹색소비 확산을 뒷받침하는 결과로 제시된다.
올해 유통업계를 뜨겁게 달군 키워드 중 하나로 ‘신종플루 효과(Influenza effect)’를 빼놓을 수 없다. 대형마트에서 손소독제와 마스크, 체온계 등 신종플루 관련 상품은 품절 현상까지 빚어졌으며, 면역력 강화에 대한 관심으로 올 한해 이마트의 홍삼과 비타민 매출은 각각 전년에 비해 25.3%와 58.9%가 신장했다.
‘명예회복(Rebirth)’은 명성을 되찾은 왕년의 인기 상품들을 뜻한다. 막걸리와 내복, 닭고기, 한우 등이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는 매출이 주춤했던 상품들이다. 막걸리는 치솟는 인기로 지난해에 비해 200% 가까운 매출 신장을 기록했고, 내복도 새로운 소재와 패션성이 가미된 상품이 출시되면서 30% 정도의 매출 증가를 보였다. 지난해 조류독감 파동으로 매출이 급감했던 닭고기는 올해 다시 43% 정도의 매출 신장을 보여 명예를 회복했고, 한우도 미국산 쇠고기 판매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12.8%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
‘Low price(저가상품)’는 불황이 반영된 키워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대형마트의 자체상품(PL)이 인기를 끌었으며, 외식비 등을 줄이려는 경향 때문에 간편 가정식의 매출 비중도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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