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와 점수만을 강요해선 안돼
감성과 지성 골고루 키워줘야
▲ 윤율로 연합비뇨기과 원장 |
숙제는 없거나 그리 많지 않은 정도라서 별 부담이 되는 것 같지는 않았다. 큰아이는 태권도학원과 피아노학원, 작은아이는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 정도를 보냈었다. 그럼에도, 성적은 상위권이라서 별로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장동료나 친구 자녀의 이야기를 들으니 서서히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어려서는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건강하게만 자라주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키우자던 원칙은 불안감과 함께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큰아이가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미국 애틀랜타에 2주간의 출장예정이 잡혀 모처럼 아이들에게도 견문을 넓힐 좋은 기회라 생각하였고, 학교에서도 부모와의 국외여행을 또 다른 교육의 연장이라 하여 결석처리를 하지 않는 제도도 있다 하여 학교를 방문하였다.
담임선생님과의 면담 후 교무선생님을 거쳐 심지어 교감선생님까지 이어지는 허락을 얻어내는 면담을 하는 동안 점차 정신없고 철부지와 같은 학부모가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행의 소중함과 가치성을 중요시한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나의 주장을 관철하고 교무실을 나섰다. 복도에서 나를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한탄 조로 대화하는 선생님들은 나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아빠가 대학교수라는데 말이야 아이를 학기 중에 미국여행을 시킨다나? 뭘 몰라도 정말 모르는 학부모야.”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였지만 번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작은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우리의 꿋꿋한 원칙은 완전히 무너졌다. 그것도 경쟁이 가장 심하고 아이들의 구성원에 거의 변동이 없이 그대로 진학하는 지역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아이가 입학하여 적응하는 데는 6개월 이상이 걸렸다. 학부모들의 태도 또한 대단하였다. 성적이 떨어지는 과목이 발생하면 즉시 과외를 시켜 어떤 아이는 방과 후 5개 과목의 과외를 다닌다는 것이었다. 아이들 대부분은 부모와 함께 외국생활을 하여 영어시험에 한 개가 틀렸는데도 영어석차가 중간 이하로 내려갔다는 소식은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였다.
지금은 아이들 모두 대학에 다니면서 자기의 길을 즐겁게 열심히 가고 있어 한숨은 놓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아득하고 원칙 없이 우왕좌왕하던 암울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의 원칙을 끝까지 지켰더라면 하는 후회감도 없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오감을 잘 발달시키는 교육은 아이들의 지성뿐만 아니라 감성을 길러주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특히 창의력은 이러한 교육을 바탕으로 잘 발달할 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어려서부터 IQ만을 중요시하고 점수만을 강조하는 교육은 과연 어떠한가?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반복적이며 주입식인 교육 현실, 재능이나 흥미를 무시한 음악교육, 주위에 눈에 띄는 입시전문 미술학원 또한 창의력보다는 점수위주의 특수교육이 아닌가? 중고등학교에선 이미 정규적인 음악 미술교육에는 관심 밖이며 수행평가의 점수를 위해 음악회장이나 미술전시관 앞에서 자녀 대신 프로그램과 티켓을 얻으려는 갸륵한 학부모들은 또한 어떠한가?
유럽여행 시 음악전공자들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는 흥미롭다. 한국음악전공자들로부터 두 번의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한다. 입학당시 연주되는 곡은 더 없이 훌륭하여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또 다른 곡을 연주시켜보면 놀랄 정도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한번 깊숙이 생각하고 지나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미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지만, 우리의 교육도 IQ(Intelligent Quotient), EQ(emotional), SQ(Spiritual or Social)를 골고루 발달시키는, 장래를 바라보며 창의력을 존중하는 교육으로 전환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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