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노사정 충돌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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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윤] 노사정 충돌의 계절

[중도춘추]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4 20면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 안상윤 건양대 대학원장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면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노사가 굉음을 일으키며 충돌하고 있다. 이른바 우리나라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강력한 동계투쟁을 선언하고 나섰다. 국내 대형노조의 하나인 철도노조는 이미 쟁의에 돌입함으로써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측과 노조 사이에 고소고발이 오가면서 감정대립 또한 극에 달하고 있다.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당분간 노사정 3자 사이의 치킨게임은 계속될 전망이다.

최근 두바이 위기사태를 비롯하여 국내외 경제 환경이 계속해서 어렵고 내년에는 더블 딥 경고까지 나오고 있는 마당에 노사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어 경제계나 일반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그 여파가 이제 막 위기를 빠져나오려고 하는 경제를 다시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서민가계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근대화 이후 50년 동안 세계가 부러워할 정도의 경제발전을 이룩한 보기 드문 나라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개선되지 못하고 낙후되어 있는 사회경제체제 중의 하나가 노사관계다. 노사관계가 선진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원시적이고 전투적인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노사 및 정부 사이의 상호불신이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노동조합 탄생의 기원과 역사 및 정치적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도 노사관계가 조직운영에 있어서 하나의 하위시스템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노사관계가 엄연히 조직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노조가 조직운영과는 별개의 사안 또는 불순한 조직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도 극한투쟁을 모색하게 된다.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종속되어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들의 인권과 경제적 이익을 지키고 개선하기 위한 중요한 법률적 제도다. 사실, 조직에서 자의적으로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각종 근로조건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근로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반영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노조는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취약한 노동시장과 가부장적 조직문화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력의 자의적 사용이 수시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노조의 궁극적 목표가 집단적인 힘으로 근로자들의 권익을 신장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폭력적이거나 경영권을 훼손하면서까지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노조의 불법적, 폭력적 행태가 무제한으로 용인된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투자를 통해 기업을 하고 싶은 의욕은 모두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조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폭력이나 불법도 어쩔 수 없는 수단으로 채택될 수 있다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곤 한다. 이것은 당연히 국가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정부의 강경 개입을 불러온다.

우리사회에서 대립과 투쟁의 노사문화가 단시일 안에 해소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서로가 접점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입장을 강화시키는데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구축된 가치체계가 해소되고 새로운 그것으로 나아가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지금은 글로벌을 무대로 한 초경쟁시대라는 점이다. 때문에 노사가 크게 부딪칠수록 국가경쟁력은 떨어지고 서민들은 살기가 어려워진다. 노사 모두가 국가를 걱정한다면, 화합은 하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자는 신사협정은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법률적 뒷받침이 있어야하며, 사용자는 노사관계를 조직운영의 중요한 하위시스템으로 편입시키는 아량과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또한 노조는 그들만의 이익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 전체의 안녕을 고려하는 전환적 자세를 가질 것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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