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진동 중소기업청 기술정책과장 |
필자는 정부정책의 지원대상 중에 중소기업만큼 온도차가 큰 대상이 없을 것이라 단언한다. 한쪽에서는 1000억 벤처클럽 가입이니,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도약이니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야말로 경쟁의 논리에 바탕한 시장경제하에서는 도태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을 정책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다. 일견 외면상으로만 보면 중소기업 정책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고 실제 필자도 완전히 이러한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있는 SSM 파동 및 재래시장 문제도 이러한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거창하게 WTO 등 국제규범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책 입안자가 아닌 순수한 소비자 입장에서만 본다면 소비자의 당연한 주권인 선택권을 제약하는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전체적인 균형적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아야만 하는 정책 입안자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한마디로 말해 한쪽은 선택의 문제이나 또 한쪽은 생존의 문제인 것이다. 비근한 예로 얼마전 맹인들의 안마업 종사의 배타적 지원여부 관련 사회적 논의가 사회적 약자인 맹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결론이 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하겠다. 하루하루 생존이 걸린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문제와 단지 선택권 제약 및 불편함 감수만으로 그치는 소비자 권리는 물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엄연한 무게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기업 정책이 이러한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머문다면 사회복지 정책과 차별성이 없어진다는 일각의 우려도 틀림없이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천천히 부작용 없이 하지만 명확하게 경쟁력 제고 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형 기업 등 소위 성장 잠재력 있는 기업들을 위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의 선봉으로 견인할 수 있는 소위 `선택과 집중' 원칙에 의거한 전략과 집중 지원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최근 녹색 및 신성장 산업 등 소위 미래 먹거리 찾기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발굴, 육성하기 위한 범국가 차원의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중소기업 정책도 이와 틀을 같이하여 해당 산업분야 핵심 기술력을 보유한 전문기업 육성을 위해 R&D 지원을 비롯해 정책자금, 인력, 창업 등 분야별 경영자원을 전략적으로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쟁력 제고 정책과 자영업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정책간 조화와 접점찾기는 불가능한 일일까?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소매업 등 자영업 포화상태의 문제점 극복을 위해 자영업 구조조정 및 경쟁력 제고 정책을 내놓았다가 언론 등에 의해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실정을 모르는 대책이라고 호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개인적 판단일지는 모르나 당시 정책이 그 근본적인 취지는 분명 옳았다고 본다. 당시 집중적으로 비판을 받았던 자격증 제도 도입 및 의무교육 등 대안이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 사전에 보다 정밀한 실태조사 및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홍보 미흡 등으로 인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비판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자영업 등 소위 보호정책에 가까운 분야도 경쟁의 논리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 선택을 놓고 고민하는 것처럼 그 시기와 방법론 선택에 있어서는 차근차근 단계별로 추진하되, 뚜렷한 목표를 갖고 중단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1인 창조기업 육성정책은 기존 사회적 보호 대상에 가까웠던 정책영역을 경쟁영역으로 변모시킨 좋은 예라 하겠다.
다만 다른 모든 정책 입안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중소기업 정책 입안자들은 “머리는 차갑게, 그러나 가슴은 따뜻하게”라는 속담을 늘 새기자는 마음속의 다짐을 되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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