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획일적 하천 정비사업 적합성 의문
하류 수질악화 하구둑 문제 적극논의돼야
지역 3개 보... 홍수예방·수질오염 다각적 검토해야
공사 돌입한 금남보 모니터링 통한 사후 수정 필요
수질개선·생태계복원 모두 잡을 합리적 대안 나오길
▲ '금강리포트, 비단길천 리에서 상생을 찾다' 기획시리즈의 일환인 '금강의 현재 그리고 미래, 바람직한 금강살리기 방향은?'의 좌담회가 지난달 관계기관 및 학계와 환경단체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열렸다. |
▲남광현 팀장강은 필수불가결한 4대 생명체 중 하나다. 인간에게 삶의 보고이자 근원지가 되는 것이 바로 강이다. 인류 문명도 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가깝게는 백제의 역사가 금강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금강은 한국전쟁 직후까지도 육상교통을 대체한 중요한 교통로로 활용돼 왔다. 금강은 충청인들에게는 곧 삶의 터전이라 할 수 있다.
▲고은아 처장상류에서 하류까지 구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환경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 금강에는 생태적으로 안정된 공간이 많이 남아 있다. 수달이나 맹금류 등 최상위 포식자가 서식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강은 충청지역의 대표적인 생태ㆍ녹지축으로 기능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허재영 교수하천은 자연의 일부다. 즉,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하며, 스스로의 통제와 조율 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인간은 그런 자연을 불가피하게 훼손하고 산다. 그런 관점에서 강을 바라봐야 한다. 덧붙여 하천은 자연의 일부로 유역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회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먼저 진행돼야 할 것이 현재의 모습을 진단하는 일이다. 수질과 생태계 문제 등 금강의 현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남광현 팀장: 금강의 현재 모습을 두고 수질과 수량에 대한 문제가 많이 얘기되고 있다. 금강에서는 그 동안 10년 주기로 큰 홍수 피해가 있었지만 지난 1987년을 기점으로 하천 정비가 상당부분 이뤄지면서 본류에서의 홍수 걱정은 많이 해소된 상태다. 다만 수질이 문제다. 과거와 비교할 때 하천 주변의 농사 형태가 변하면서 수질오염의 주범인 총인 발생이 많아졌다.
▲김병익 과장수질 문제에 대해 다소 시각 차가 있는 것 같다. 금강의 경우 상류는 비교적 깨끗한 물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하류로 내려가면서 지천 오염 등으로 연평균 3급수 수준으로 수질이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하천부지 내 농경지 등에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 증가 등이 중ㆍ하류의 수질 악화 원인이 돼 왔으며, 그 밖에도 도시화 등의 원인으로 수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장재덕 팀장개인적으로 갑천 상류에서 나고 자랐는데 지금 하천의 모습은 예전과 다르다. 도시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수질이 크게 나빠진 것은 분명하다. `강 살리기'라는 표현은 그 나쁜 상황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이며, 과거에 비해 악화된 수질을 개선해 보자는 의미로 이해했으면 한다.
-사회금강의 수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하구둑 문제도 많은 논란을 빚어 왔다. 하구둑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허재영 교수하구둑 건설에는 용수확보라는 취지가 있는데, 실제 하류 주민들의 사용량은 많지 않다. 그렇다면 수질이 갈 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하구둑이 존립해야 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둑을 막아서 얻는 이득과 손실이 무엇인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또 하구둑 수질 악화의 원인이 막혀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오염원 때문인지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해결점을 도출해야 한다.
▲고은아 처장강물을 막으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금강 하구둑과 같은 문제는 낙동강 등에서도 이미 발생하고 있다. 하구둑 철거는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할 문제다. 금강 정비 사업의 내용 중 하나가 옛 물길을 되살리자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도 하구둑은 틀 필요가 있다.
▲김병익 과장 하구둑은 막는 방식부터 다소 문제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기수역이 완전히 단절되다 보니 어류가 서식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서천지역의 어획고가 급감하는 등의 문제를 낳을 수 밖에 없었다.
-사회결국 금강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자면 금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논의로 귀결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참석자들께서 생각하시는 이 사업의 문제점이 있다면 무엇이고, 또 사업 추진에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점은 무엇인가?
▲고은아 처장금강살리기 사업의 기본적인 내용은 한 마디로 금강의 물 그릇을 키우겠다는 취지인데, 무엇보다 천편일률적인 계획이 4대강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금강은 다른 강에 비해 상대적으로 홍수 피해가 많지 않음에도 사업 내용은 똑 같이 적용되고 있다.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지만 문제는 금강 본류가 아니라 지천이다. 오염원도 지천에 집중돼 있고 홍수피해도 주로 지천에서 발생한다. 근본적인 대처를 위해서는 본류보다 지천이나 소하천에 대한 계획이 먼저 세워져야 하는데 금강 사업에는 이런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또 이런 상황에서 보아 준설 계획은 운하를 만들 것이 아니라면 굳이 필요치 않아 보인다. 생태적 영향을 먼저 고려하지 않은 채 준설 계획을 세워놓고, 사후적으로 피해를 줄이는 방식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허재영 교수사업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보 설치로 나아지는 게 뭘까 의구심이 든다. 약간의 관광효과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수질악화가 예상되는 일을 꼭 해야하는 것인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금강의 3개 보 중에서도 부여보는 왜 만드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해당 지역에 잘 발달된 식생과 생태계가 사라진다면 그나마 기대되는 관광 효과도 더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홍수에 대비해 물 그릇을 키운다는 것도 그렇다. 홍수량을 줄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과거 수많은 상류의 범람원이 개발로 사라졌다. 그러다보니 범람된 물이 하천으로 그대로 흘러들면서 홍수 피해가 많아지는 것이다. 범람원이 없어지고 지하수 침투 공간이 줄어들다 보니 홍수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물을 담아 둘 저류지가 있어야 갈수기에도 물이 불어 날텐데 그렇지 못해 가뭄 피해도 심각해 지는 것이다. 범람원을 회복하고 빗물 침투 저장시설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비록 많은 돈과 시간이 들더라도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천 관리에는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아쉽게도 금강 사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장재덕 팀장준설은 일률적으로 무조건 파내겠다는 게 아니라 최소한의 수심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지점에 따라 준설량 등이 다르게 계획돼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그리고 4대강 살리기라는 국책사업은 물론 본류 중심이지만, 지금까지 지방하천과 소하천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다만 사후 투자를 하다보니 근원적 해결이 안돼 본류부터 정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보를 만드는 것은 물 그릇을 키우겠다는게 맞다. 이에 대해 정말 수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우려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유속이 느려질 수 있어도 흐름이 정체되는 것은 아니다. 수질 악화 가능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또 정비를 하다보면 일부 경관이 훼손될 수도 있겠지만 더 좋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으면 한다.
▲남광현 팀장4대강 사업이 일시에 진행되다 보니 많은 논란이 있는데, 금강 사업에는 이미 이전에 유역종합취수계획법에 따라 수립된 하천정비종합계획이 그대로 담겨 있다고 보면 된다. 보 설치 계획 역시 사전에 알려지지 못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지 4대강 사업으로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지류 하천 사업 역시 충남도만 해도 여기에 연간 2000억 정도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시행 상의 차이일 뿐 본류와 지류에 대한 정비는 함께 진행되고 있다.
-사회많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시간 제약상 마무리 발언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금강에 어떤 변화가 필요한 것인지 또 바람직한 금강살리기의 방향이 무엇인지 의견을 말씀해 주셨으면 한다.
▲허재영 교수하천은 본류만이 아니라 소하천과 지방 하천 등을 모두 유기체로 보고 유역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보 설치와 관련해서는 수질 악화 등 상당한 우려가 뒤따르는 만큼 이미 공사가 시작된 금남보를 충분히 모니터링 한 뒤 나머지 2개의 보 설치 문제를 검토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강은 그 자연스런 흐름을 자유롭게 놔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고은아 처장금강 사업과 관련해 비점오염원 관리를 위해 하천경작을 금지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제는 그 곳을 홍수터나 습지로 조성해야 하는데, 만약 레저ㆍ관광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더 큰 오염원을 유발할 수 있다. 더불어 하천에 대한 인위적 관리는 한계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현재의 수질이 나쁘다고 하지만 그래도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보에 흐름이 막힌 물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고,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에는 인간도 살 수 없다.
▲장재덕 팀장금남보를 모니터링 한 뒤 나머지 보를 설치하자는 것도 좋은 의견이지만 시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일단 설치 공사가 불가피한 만큼 수자원 전문가를 통해 충분히 사후 모니터링 한 후 문제가 있으면 수정해 나갈 것이다.
▲김병익 과장모든 일에는 호기와 적기가 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지금 시점은 수질 오염이 높은 지역을 관리하고 하천 생태계 복원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 본다. 이견을 조율해 가며 합리적 대안을 만들어 갔으면 한다.
▲남광현 팀장4대강 사업 자체가 중앙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보니 지자체의 역할은 다소 제한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역민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향후에도 여론을 수렴해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되도록 중앙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
/정리=이종섭·사진=지영철 기자 nom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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