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도 사치” 해약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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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도 사치” 해약 늘었다

불황에 생활비도 빠듯... 계약유지율 최대 7%P 떨어져 설계사 정착률도 3.7%P↓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3 8면
  • 이경태 기자이경태 기자
 올해 연봉이 동결돼 생활고에 시달린 오지환(34ㆍ가명)씨는 2년 전 가입한 A 보험사의 종신보험을 얼마 전 기어코 해약하고 말았다. 보험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부탁에 별 생각 없이 가입한 게 후회스러웠다. 당시에는 잘 몰라 결혼을 늦게 하면 자녀가 대학에 입학할 때 학비가 없을까 걱정이 돼 가입했지만 지금은 생활이 어려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게 오씨의 대답이다. 미래를 위해 2년 동안 한 달에 20만 원씩 납입해왔던 게 이제는 허무하기만 할 뿐이다.


경기침체로 생활자금이 부족한 서민들의 보험 해약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고에 허덕이는 서민들에게는 보험금 납부를 이어나가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09 회계연도 상반기(4~9월) 보험사의 보험계약 유지율은 13회차(1년 이상) 71.3%, 25회차(2년 이상) 62.2%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6.9%포인트, 4.5%포인트씩 내린 수준이다.

이는 다시 말해 보험 해약이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기가 닥쳐온 지난해부터 국내경기 역시 침체일로에 접어들면서 당장 부담이 되는 보험상품부터 해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험 상품의 경우, 다른 저축성 상품과 달리 노후를 대비한다는 성격이 짙어 해약하려는 금융상품 중 우선순위에 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자영업자 오미숙(50·가명)씨는 “노후를 대비한 보험을 뒤늦게 들어보려고 보험상담을 받긴 했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보험 가입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을 뿐”이라며 “주위에서 기존의 보험도 깨는 마당에 보험을 새로 드는 게 사치라고 말하기도 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속 보험 해약이 늘어남에 따라 보험 설계사들 역시 보험사를 떠나고 있는 실정.

같은 기간 보험설계사의 정착률은 36.1%로 지난해 동기 대비 3.7%포인트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보험사 간 과당경쟁을 비롯해 경기 불황에 따른 보험상품 기피현상으로 보험 판매실적도 줄어든 상황.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보험설계로 퇴직자들 역시 몰려들고 있지만 영업 수완이 좋지 못한 그들로서는 오랫동안 버티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험 해약이 늘고 있는데 판매 자체는 더더욱 어려워 서민과 함께 보험업계도 울상”이라고 밝혔다.

/이경태 기자 79y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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