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 공부방 함께열자 해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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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공부방 함께열자 해놓고...

대전 최초 농사랑공부방 연 황용학 원장 사고로 떠난 후배와의 약속 8년만에 지켜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3 1면
  • 임연희 기자임연희 기자
“사랑하는 후배이자 같은 꿈을 나눈 동역자를 잃었다고 마냥 슬퍼하다가는 함께한 약속을 못 지킬 것 같은 조금함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대전시 중구 목동 한 페인트가게 2층에 대전 최초의 농아 학생들을 위한 농사랑공부방을 연 황용학(34)원장은 “더 늦으면 후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원장은 8년 전 수화를 배우며 처음 만난 노신찬(당시 고교 2년)씨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농아인들을 위해 공부방을 열자고 약속했다.

그 후 황 원장은 대전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노 씨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한 뒤 천안의 한 장애인학교 교사가 되었다.

사회인이 된 두 사람은 지난해 5월에도 서로의 손을 잡으며 약속을 재확인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노 씨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교사인 자신이 후원을 맡을 테니 형이 공부방을 맡아달라던 신찬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를 잃고 나니 막막했다”는 황 원장은 노 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복지관을 그만 두고 지난 3월부터 농사랑공부방에 매달리고 있다.

막상 공부방을 마련하자니 시설과 운영비,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한 황 원장은 노 씨가 대학시절부터 자원봉사를 하던 대전농아인교회와 노 씨의 아버지 노양재(55․이레하우징 대표)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 농사랑 공부방은 후원회가 결성되어 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회원들이 매일 자원봉사를 오기가 쉽지 않아 학생들을 돌보기에는 늘 부족한 손길이다.
▲ 농사랑 공부방은 후원회가 결성되어 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회원들이 매일 자원봉사를 오기가 쉽지 않아 학생들을 돌보기에는 늘 부족한 손길이다.
자신도 지체장애를 겪고 있는 노양재 씨는 아들이 이루지 못한 농아사랑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건물 2층을 기꺼이 공부방으로 내놓았고 대전농아인교회에서는 자원봉사와 먹거리 등을 후원하고 있다.

초등학생 4명과 중․고생 4명이 학교수업이 끝나면 공부방으로 와 부족한 공부와 숙제를 배우는데 초등학생을 실어 나르는 일도, 수화로 공부를 가르치는 일도, 간식을 챙겨주는 일도, 설거지까지도 황 원장 몫이다.

후원회가 결성되어 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회원들이 매일 자원봉사를 오기가 쉽지 않아 노양재 씨의 부인이 아이들 식사를 만들어 주지만 초등학생들을 돌보기에는 늘 부족한 손길이다.

또 다음 달이면 첫 아이가 태어나는 황 원장은 월급도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난방을 하지 못해 외투를 입고 있어야하는 공부방에는 쌀과 김치 외에는 이렇다 할 반찬과 간식 또한 부족하기만하다.

그러나 황 원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시작한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까르르 웃는 아이들 목소리와 환한 표정을 보면 내일의 걱정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늘 이 순간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에 외로움도 슬픔도 사라진다”며 활짝 웃는다. 농아인공부방 후원문의 (042)226-0603 010-3257-9257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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