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중구 목동 한 페인트가게 2층에 대전 최초의 농아 학생들을 위한 농사랑공부방을 연 황용학(34)원장은 “더 늦으면 후배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았다”며 말문을 열었다.
황 원장은 8년 전 수화를 배우며 처음 만난 노신찬(당시 고교 2년)씨와 의사소통이 어려워 공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농아인들을 위해 공부방을 열자고 약속했다.
그 후 황 원장은 대전의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고 노 씨는 대학에서 특수교육을 공부한 뒤 천안의 한 장애인학교 교사가 되었다.
사회인이 된 두 사람은 지난해 5월에도 서로의 손을 잡으며 약속을 재확인했는데 그로부터 일주일 후 노 씨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교사인 자신이 후원을 맡을 테니 형이 공부방을 맡아달라던 신찬이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그를 잃고 나니 막막했다”는 황 원장은 노 씨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니던 복지관을 그만 두고 지난 3월부터 농사랑공부방에 매달리고 있다.
막상 공부방을 마련하자니 시설과 운영비,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절실한 황 원장은 노 씨가 대학시절부터 자원봉사를 하던 대전농아인교회와 노 씨의 아버지 노양재(55․이레하우징 대표)씨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 농사랑 공부방은 후원회가 결성되어 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회원들이 매일 자원봉사를 오기가 쉽지 않아 학생들을 돌보기에는 늘 부족한 손길이다. |
초등학생 4명과 중․고생 4명이 학교수업이 끝나면 공부방으로 와 부족한 공부와 숙제를 배우는데 초등학생을 실어 나르는 일도, 수화로 공부를 가르치는 일도, 간식을 챙겨주는 일도, 설거지까지도 황 원장 몫이다.
후원회가 결성되어 있지만 10명이 채 안 되는 회원들이 매일 자원봉사를 오기가 쉽지 않아 노양재 씨의 부인이 아이들 식사를 만들어 주지만 초등학생들을 돌보기에는 늘 부족한 손길이다.
또 다음 달이면 첫 아이가 태어나는 황 원장은 월급도 없이 생활하고 있으며 난방을 하지 못해 외투를 입고 있어야하는 공부방에는 쌀과 김치 외에는 이렇다 할 반찬과 간식 또한 부족하기만하다.
그러나 황 원장은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시작한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까르르 웃는 아이들 목소리와 환한 표정을 보면 내일의 걱정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늘 이 순간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에 외로움도 슬픔도 사라진다”며 활짝 웃는다. 농아인공부방 후원문의 (042)226-0603 010-3257-9257
/임연희·동영상=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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