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영제 충남대 법학대학원장 |
아시아 사회는 서구 문명의 7가지 기본 사상 즉 자유시장경제, 과학과 기술, 실적우선주의(meritocracy), 실용주의, 평화를 지향하는 문화, 법의 지배 그리고 교육제도를 이해하고 흡수하고 시행하였기 때문에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할것은 서구사회의 정치적 자유주의를 들 수 있는데 일본계 미국인 정치학자 프렌시스 후쿠야마는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이라는 저서에서 “서구의, 서구사상의 승리는 이 지구상에 서구자유주의에 대항할만한 대안(alternatives)이 전멸하였다는데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설파하였다. 이에 서구사람들은 어느 형태로든 세계는 서구화 될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역사는 정반대의 현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대화(modernization)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탈서구화(de-westernization)는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로 되어있다.
후쿠야마 교수는 정치현대화는 첫째 법을 확실하게 집행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 둘째, 국가의 정당성을 담보해주는 법의지배, 셋째, 확고한 책임정치 등 3개를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아시아인들은 이러한 강력한 정부 없이는 국가가 기능할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고 굳게 믿고 이를 기반으로 정치적현대화를 달성하려고 노력해왔다. 최근 미국이 금융위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의 머릿속에 뿌리박힌 관념 즉 레이건 대통령이 적절하게 표현했듯이 “정부가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정부자체가 문제다”라는 인식 때문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아시아국가들은 이런 관념에 희생 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21세기의 역사는 서구의 지식인들의 예상과는 반대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는 역사의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 진행되고 이는 서구의 퇴조로 연결 되고있다. 물론 이는 모든 서구사상의 퇴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시장경제나 법의지배 같은 것은 계속 추구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시아인들은 서구제도가 이러한 서구사상을 실현하는데 최적이라고 거의 믿지 않게 되었다. 서구사회가 완벽한 통치력이나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이 어느덧 퇴색되어 가고 있고 오히려 서구사회는 경제를 다스리는데 무언가 서투르다는 인식마저 확산되고 있다.
또 서구사람들은 “역사의 종언”이라는 근본적인 의미는 서구가 민주주의와 인권에 있어 세계의 횃불(beacon)이 되어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쿠바 관타나모에 있는 수용소에서 미국이 물고문 등 여러 가지 고문을 허용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세상을 충격에 몰아넣었고 과연 서구가 인권보장의 횃불로서의 역할을 계속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자아내게 한다.
그래서 후쿠야마 교수는 그의 저서인 역사의 종언 마지막장에 “이제는 보다 순수한 추상적인 목표달성을 위하여 자기희생을 무릅쓰려는 의지와 용기와 상상력과 이상주의를 불러일으키는 세계적 이념투쟁은 사라지고 오로지 까다로워진 소비자욕구의 충족 등만을 만족시키려는 경제적 계산주의에 연연할 뿐 철학도 예술도 없는 인류역사의 박물관만 남게 될 것이다”라고 쓰고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서구제도에 대한 대안을 찾아볼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들어서 아시아로의 힘의 이동은 아시아의 르네상스를 가져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양한 아시아 문명이 그 자신들의 잃어버린 예술과 철학유산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렇게되면 아시아는 훌륭한 서구사상을 아시아적 철학과 예술로 접목시켜 새로운 21세기형의 정치·경제·사회 문화제도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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