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자금도 적어... 자금난으로 파산 속출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마케팅에서 성공을 못한다. 잘 나가는 기업은 자금조달이 쉽지만 초창기 영세한 기업들은 자금대출이 어렵다. 정책자금 예산도 적은 편이다.”
대덕밸리 내에서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정모(45)씨는 오랜 연구개발 끝에 신제품을 출시해도 판로를 개척해야 하는 일이 더 큰 과제라고 말한다. 기업의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영업을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와 지역 벤처기업 경영자에 따르면 주로 연구원과 엔지니어들로 주축이 된 벤처기업은 마케팅에 성공하지 못해 파산에 이르는 기업이 상당수다.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거래처 등 판로를 개척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어 자칫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벤처기업은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금융기관은 대부분 성숙기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자금을 지원, 기술개발을 앞세운 초창기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한국은행대전충남본부가 지난 2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역 은행의 자금조달은 창업 후 7년 이상 성숙기 기업(76.9%)에 몰리고 있고, 3~7년 중기 벤처기업의 비중은 7.8%에 불과해 창업 후 3년 이하 기업(15.3%)보다도 낮았다.
결국 금융기관의 높은 문턱 때문에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자금난으로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 대출 다음으로 벤처기업들이 가장 많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지자체와 중소기업청, 정부 부처 등으로부터 지원받는 정책자금. 하지만 일찌감치 소진되는데다 내년에 정부의 정책자금 축소설 등이 제기되고 있어 벤처기업들은 경영계획을 수립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역의 우수한 인력들이 충청권을 벗어나 자금력과 소비시장 규모가 큰 수도권 벤처기업으로 향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국은행 대전충남본부 관계자는 “지역 벤처기업의 경우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은행대출(61.4%)과 정책자금(21.9%)에 의존, 벤처캐피털을 통한 자금조달은 매우 낮은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한 뒤 “벤처산업이 발달한 미국의 경우 벤처기업은 자금조달 시 주식발행 의존도가 약 90%로 매우 높고, 창업 및 성장단계에서는 엔젤 및 벤처캐피털 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남대 회계학과 김영태 교수는 “벤처기업은 좋은 제품을 생산해도 지역에서 거래할 기업이나 고객층도 취약한 편”이라며 “아울러 벤처기업 경영자의 대부분이 연구원 출신으로 일반 기업보다 기술력은 좋지만, 마케팅 능력 등 경영 마인드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박전규 기자 j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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