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
이에 반하여 계획경제는 중앙계획당국이 쌀의 생산(생산량 지령)도, 소비(배급제)도, 수출(물량조절)도, 수입(외환배분)도, 심지어는 가격도 결정해 결국 자원을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계획경제의 결정적인 단점이다. 그래서 소련도, 중국도, 동유럽제국들도 그동안의 계획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국으로 돌아선 것이다. 이 체제전환국들은 시장경제를 택하기 시작한 1980년대 말 이후 현재까지 약 30년간의 경험을 통하여 과거보다 더 풍요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지 않은가?
쌀가격은 생산비, 판매비, 홍보비, 적정이윤 등을 감안하여 결정하고, 이 가격을 시장에서 수요자들로부터 평가받는다. 쌀생산자는 생산원가를 감안하여 이 정도는 받아야 한다는 의사(시장판매가격)를 제시하고, 소비자는 이러한 품질의 쌀에는 이 정도의 가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의사(시장구매가격)를 제시해 양자의 가격이 맞아떨어지면 사고파는 가격이 결정되는데, 이것을 균형시장가격이라고 한다. 시장경제국가에서는 시장에서 생산, 소비, 수출, 수입, 가격 모두 시장에 맡겨 전적으로 시장에서의 소비자로부터의 선택을 기다리게 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 쌀시장은 과연 어떠한가? 우리 나라 전체인구중 쌀 생산자는 10%도 못 되지만 쌀 소비자는 100%다. 그런데도 우리 나라 쌀 소비자는 현명한 소비자선택을 할 수가 없다. 쌀공급독점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왜냐하면 쌀재배농민 눈치만 살피는 정부와 쌀재배농민 보호를 빙자하여 자신들의 가치와 이익만 드높이는 외부세력들이 쌀수입시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의무구매(MMA) 수입쌀을 점점 증가시켜 막대한 쌀보관료만 봉급자들의 세금으로 틀어막게 하여 결국 국내 쌀공급량만 늘려 쌀값을 하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입쌀은 거의 공업용으로 사용되고 있어 우리 나라 전국민들은 값이 비싸더라도, 품질이 나쁘더라도 무조건 우리 나라 쌀을 먹을 수 밖에 없다. 값싸고 품질좋은 외국쌀의 수입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기본권이 박탈당하고 있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나라는 쌀시장면에서는 계획경제국에 머물러 있다.
한편,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게도 농민들은 우리 나라 공산품을 외국에 더 많이 팔기를 원한다. 쌀을 한국으로 수출하여 획득한 쌀수출소득으로 한국의 TV,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를 사고자 하는 외국의 입장에서 볼 때, 과연 한국을 어떻게 평가할까?
국내 쌀시장개방을 금지한 지 벌써 15년이 지났다. 이제 우리나라도 쌀수입을 전면적으로 개방하여 외국쌀과 국산쌀 간의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용인해 가격싸고, 품질좋은 쌀을 소비하도록 소비자선택권을 되돌려주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우리 나라쌀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외국쌀보다 더 우수하면 강매하지 않아도 사먹을 것이다. 우리 나라 국민들이 외국쌀이 더 낫다고 판단하면 국내 쌀생산을 포기 하든지, 아니면 국내 쌀의 가격 및 품질경쟁력을 높여 우리 소비자들로부터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최소시장접근(MMA)물량을 현재의 수준으로 동결하기 위해 쌀수입을 완전개방하여 관세화를 통하여 쌀수입량을 줄이고, 동시에 점점 감소해 가는 국내 쌀소비량을 감안하여 쌀생산량을 줄여 국내 쌀공급량을 줄여야 한다. 반대로 국내 쌀농사를 산업화하고 쌀소비분야를 다변화하여 쌀수요를 늘림으로써 쌀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쌀가격이 제대로 형성되도록 해야한다. 시장기능에 의해 쌀값을 제대로 받도록 해야지 강제로 수입을 차단해 강제로 국산쌀을 먹도록 강요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떼에 불과하고, 국제적인 비난만 더 심해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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