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050년까지 노벨상 30명 목표
세계적 성과위해 끊임없는 투자 중요
▲ 박준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
기초과학 연구에 있어서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분석대상이 되는 하나의 물질 속에 실제로는 극미량의 다른 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 분석능력이 낮은 장비로는 단지 하나의 물질로만 결론 낼 수 있다. 반면 보다 정밀한 분석능력을 가진 장비를 이용한다면, 극미량으로 섞여 있는 물질을 규명해 낼 수 있고, 동시에 이 물질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의 과학자들이 보거나 분석할 수 없는 영역을 연구할 수 있는 연구장비를 보유했다는 것은 곧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한국 과학계의 숙원인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을 위한 노력도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시설·장비를 확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은 한 사람의 영웅적 과학자의 업적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 나라가 보유한 기초과학의 수준과 저변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 충분히 성숙된 토양에서만 가능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13명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오는 2050년까지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는 일본의 계획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일본의 경우 2000년부터 3년 연속 노벨상 수상자의 배출이 가능했던 원동력으로 1990년 이후 급격히 성장한 분석장비 기술과 산업에서 찾고 있다.
이처럼 현대의 과학기술 연구가 `연구장비의 전쟁'에 비유될 만큼 장비의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과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그 나라의 기초과학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두가지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 두가지 사실은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장비를 갖추고 이를 활용해 우리의 기초과학 저변을 탄탄히 했을 때 부수적으로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게 된다는 결론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하 기초연)은 대한민국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약 370종의 다양한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각종 연구를 위한 장비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기초연은 높이 14.5m에 전체 중량 340t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을 비롯, 세계 최초로 자체개발한 세계 최고성능의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15 T FT-ICR), 단백질 구조규명에 최고 해상도를 자랑하는 고자기장 자기공명장치(HF-NMR), 지구환경연구분야의 아시아 거점역할 수행에 핵심장비인 고분해능 이차이온질량분석기(HR-SIMS) 등 세계적인 수준의 4대 대형 연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장비를 먼저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세계적인 연구성과가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 연구능력과 새로운 분석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이들 대형 연구장비들은 공장의 생산장비처럼 한 두사람의 운용인력으로 작동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장비를 전문적으로 다루고 끊임없이 연구를 수행하는 우수한 과학자가 있어야만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즉 대형연구장비를 보유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이를 제대로 활용해 훌륭한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점이다.
그러나 국내 기초과학 연구 예산에서 기초과학 연구분야의 대형 연구장비를 확보하기도 어렵지만, 이의 활용을 극대화 하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기초연이 보유한 4대 대형장비가 세계적 또는 아시아 최고수준의 장비라고 자랑할 수 있지만, 최고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계 최고성능으로 평가되는 기초연의 초고분해능 질량분석기(15 T FT-ICR) 역시 현재의 15 T(테슬라)급에 머물지 않고 21 T급 장비 개발을 서둘러야만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를 지속할 수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형 연구장비의 도입과 운용에 대한 투자가 끊임없이 이어지며 효율성을 극대화할 때 비로소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성과가 도출될 수 있고, 부수적으로 한국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