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시절 약속 손바닥 뒤집듯 바꿔
법치주의 포기한 정부 신뢰성 추락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사람들은 연말 마무리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요즘 충청인들은 행복도시(세종시) 변질 문제로 연말 마무리는 커녕 큰 상실감에 사로 잡혀 일손을 놓고 있다.
▲ 충남도의회 김홍장 의원 |
그동안 녹색도시니, 과학비즈니스벨트니 수정 논의에서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공식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과연 행복도시가 영·호남 지역에 세워진다고 했어도 이런 발상을 할 수 있겠는가? 이것은 충청인을 핫바지로 보고 우롱하는 것이다.
행복도시 건설은 혁신도시, 기업도시,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국가균형발전의 4대 핵심사업이다. 그중에서도 세종시 건설 사업은 최정점에 있는 사업이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가 안될 거라고 하지만, 저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다.” 대선 후보시절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11월 27일 대전 유세시 약속한 말이다.
서울시장 재직시절에는 행복도시 반대론자의 중심에 서 있었고 대통령 후보시절에는 행복도시를 건설해야한다고 기회 있을 때 마다 원안 추진을 외치고 다니다, 지금은 `비효율성'을 앞세워 수정해야 한다고 한다.
표심만을 의식하여 한나라의 지도자가 국회가 제정한 특별법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꾼다면 국민들은 과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믿고 따르겠는가?
정부에서 행복도시(세종시) 수정론을 들고 나온 것이 `비효율성'이다. 장관들이 국무회의를 위해 세종시에서 서울을 왔다 갔다 하면 하루가 걸려 능률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단순히 장관들의 시간 낭비만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대정부 예산 투쟁과 수많은 회의로 비수도권 공무원들이 세종로 청사와 과천청사를 오가는 비능률과 주말만 되면 서울로 서울로 몰려드는 차량들로 수도권 교통이 마비되는 비능률은 아예 셈속에서 빼 놓았다. 세종시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하여 노무현 정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일궈낸 미래형 국책 사업이다.
충청인은 세종시를 건설해 달라고 원하지도 애원하지도 않았다.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의 큰 틀에서 세종시를 건설한다고 하니 공주·연기지역 주민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정든 땅을 기꺼이 내 놓고 고향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검증되지도, 타당성도 없는 `비효율성'이라는 잣대로 세종시를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
행복도시 특별법은 여야가 합의하여 만든 법이다. 역대 군사정권에서도 법을 시행해 보지도 않고 개정하자고 대들지는 않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법을 지키고 준수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무시하는 것은 결국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를 포기한 정부가 국민에게 무엇을 요구할 수 있단 말인가! 이제 충청인은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무엇을 한다고 해도 믿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여야가 합의하여 마련한 특별법도 바꾸려는 정권이 추진하는 사업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또한 수정되는 세종시를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수정하지 않는다고 어느 누가 보장할 것인가? 세종시를 수정하려면 `이행 담보'방법부터 말해야 한다. 특별법도 바꾸는데 어떤 방법으로 이행을 담보 할 것인가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이 문제를 머리를 싸매고 고뇌한 후에 세종시 수정 문제를 얘기해야 한다. 하지만, 특별법도 바꾸려는 정권에게 이행담보를 기대할 수는 없다. 또한 세종시 수정을 밀어 붙인다 해도 이명박 정부에서 끝내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결론적으로 세종시 건설을 `장기 연기'의 늪으로 빠져들게 하는 단초만 제공할 뿐이다. 세종시에 대한 최적의 수정 대안은 없다. 이행을 담보할 방법도 없다. 해답은 오로지 원안 추진이다. 우리는 거짓말쟁이 대통령이 아닌 진실하고 정직한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 법을 잘 지키는 대통령, 우리 아버지와 같은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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