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공부는 대신해 줄 수 없어
할 수 있는건 최적의 환경 조성 뿐
사람이 태어나서 반드시 한 번 이상 걸리는 질환이 바로 감기다. 그래서 감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가지고 있는 질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감기는 세상이 각박해지고 있는 것처럼 내성이 강하고 보다 무서운 질병으로 진화하고 있다. 감기는 그 감염성 유무에 따라서 보통감기와 유행성감기로 나뉜다. 유행성 감기는 보통감기와는 달리 그 성질이 독하고 유행성의 정도가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이기 때문에 일명 `독감'이라 부르고 서양에서는 인플루엔자라고 부른다.
올 가을은 신종인플루엔자로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방송에서는 연일 국내외 감염 환자의 증가와 사망자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우리 지역 학생만 해도 지난 2일까지 보고된 누적환자 수가 8043명을 기록하더니, 이달 중순에 들어서면서 감소 추세에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감염속도 증가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고비를 넘겨서 그나마 다행이다.
가족 중에 환자가 발생해도 유행성 독감의 피해를 받지 않은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전염성이 강하다는 신종인플루엔자도 좋아하는 쾌적한 환경이 아니면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진단이나 처방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이라는 단순한 진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우주만물은 자신이 좋아하는 쾌적한 환경이 있는 것이다.
`볼보효과'라는 말이 있다. 이는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학생의 성적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볼보 승용차는 한때 미국의 부유층을 상징하는 대명사로 사용됐다. 그런데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볼보 승용차와 미국 학생들의 학업성적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것은 바로 볼보 승용차를 소유한 부모의 자녀들 입학시험 성적이 그렇지 못한 학생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는 것이다.
자녀들의 학업에 관련된 정보를 같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나 같은 학교 학부모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해 나누게 되면서 지역 간 격차가 심해진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입시정보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건강관리에 관한 정보까지도 지역 간 격차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소득 격차로 인해 교육소외계층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기 위한 최적의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교육청은 고민하고 있다.
`입시전쟁'이라 불릴 정도로 학생들은 공부와의 씨름으로 인해 각종 스트레스와 강박감으로 몸도 마음도 힘겨워하고 있다. 무조건 공부하라고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그 누구도 공부를 대신 해줄 수는 없으니, 우리가 곁에서 해 줄 수 있는 것은 공부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생의 건강과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관리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름내 무성한 잎을 자랑하며 위용을 뽐내던 나무들이 어느덧 잎을 떨구고 겨우살이에 들어가자, 산야는 고즈넉하기만 하다. 산야의 고적은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일상의 번잡을 벗어나, 내면으로 복귀시키는 한가로움을 느끼는 건 계절의 변화가 주는 또 다른 축복이다. 소음과 풍문이 들끓는 분주한 가을에서 해방되면서 굳게 닫혔던 의식이 환하게 열리는 계절이며, 다가올 봄을 준비시킨다. 우리 학생들도 겨울을 이기면서 미래에 대한 소망을 꿈꾸며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빛나는 하루를 빚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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