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도시 지자체도 좌불안석
정부 상생의 길 찾아 분열 막아야
요즘 우리지역을 둘러싼 세종시 건설이 각 매스컴에 매일 도배하다시피하며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현재 논쟁의 최대 이슈다. 세종시 원안 건설과 수정안 사이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에서 조상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던 삶의 터전을 떠난 주민들과 지역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는 `때마다 차질 없이 약속을 지킨다고 입버릇처럼 해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냐'며 잔뜩 격앙돼 있다. 이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깊은 불신과 배신감에서 비롯된다.
세종시 건설이라는 사업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시작됐던 것이지 진정성을 기초로 깊이 있는 토론을 거쳐 시작된 사업은 아닌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수년 전 행정수도를 이전하는데 3조~4조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하던 모습이 생각 난다. 이보다 축소된 세종시 건설에만도 약 22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사업비를 책정 한 것을 보면 터무니 없다는 것을 단순히 여기서도 알 수가 있다.
어찌 됐든 세종시 법은 여야의 각기 다른 셈법으로 통과돼 지난 2007년 7월 공사를 시작한 이래 총 사업비의 약 24%인 5조4000억원이 집행이 됐고 현재 공정률이 40%선이 넘은 공사도 있어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최근에는 세종시 원안 수정안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세종시의 원안건설을 수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 가면서 총 157개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및 혁신도시 건설과 기업도시 건설에 대한 지연 및 중단에 대해 또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자체 및 지역간 대립 양상까지 치닫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지난 8월에 선정된 30년간 총 5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첨단의료 복합단지 조성에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로 유치 기쁨에 들떠 있던 곳도 좌불 안석이라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 원안이 크게 흔들리면 각 시도에 예정돼 있었던 계획들이 자칫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시도간 연대해 세종시 원안 건설을 고수하려는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 상황들이 서로 맞물려 과열되면서 국론 분열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감 마저 든다.
9부2처2청 이전의 행정중심 기능에 최대 인구 50만명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던 세종시의 앞날을 정부가 하루빨리 결정해 주었으면 한다. 더 이상 분열과 갈등이 없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힘차게 시작했던 2009년 경인년. 산행으로 시작한 첫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한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2009년 우리 지역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난다. 로봇산업, 자기 부상열차, 첨단의료복합 단지 등 지역에 유치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줄줄이 고배를 마신 쓰라린 기억들 말이다.
위와 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간절한 마음에 우리지역을 대변 할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솔직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주민들의 힘만으로 때로는 역부족일 때가 있다. 누구를, 무엇을, 무엇 때문에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 깨인 의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쉬움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의 시구가 생각난다. 필자가 곧잘 인용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시련 앞에 좋은 결과물이 펼쳐 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부가 상생의 길을 찾아 분열을 막고 고향을 떠나 그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로 상심이 큰 지역주민에 이해를 구하고 충청인의 이반된 민심을 한데 모으는 지혜를 모아 줬으면 한다.
이것이야 말로 국가를 위한 바른 길이며 분열된 국론을 한데 모을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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