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명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구두쇠 에비니처 스크루즈 이야기다. 충직한 직원 밥과 조카 프레드에게 독설을 퍼부은 뒤 홀로 저택에 돌아가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는 그의 앞에 7년 전 죽은 동업자의 유령이 나타난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실험은 계속된다. 영화가 요구하는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디지털 배우를 만드는 것. ‘폴라 익스프레스’에서 시작된 실험은 놀라울 만큼 발전했다. ‘베오울프’로, ‘크리스마스 캐롤’을 거치면서 그의 디지털 캐릭터들은 점점 인간에 가까워지고 있다.
물론 엄격하게 말하면 그의 영화는 3D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배우의 얼굴과 몸에 센서를 부착해 표정과 연기를 캡처하고, 캡처한 움직임에 CG를 입혀 탄생한 캐릭터들은 징그러울 정도로 극사실적인 표정을 구현해낸다. 디지털 액터라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매부리코에 매서운 눈매, 얼굴 가득한 주름, 앙다물어 아래로 처진 입 등등 고집불통에 구두쇠인 스크루지에 이처럼 잘 어울리는 캐릭터가 어디 있을까.
스크루지가 스크루지답게 어필하는 건 무엇보다 짐 캐리의 연기 덕분이다. 짐 캐리는 온 몸에 센서를 달고 카메라 앞에서 얼굴과 온 몸의 근육을 움직이며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부터 노역까지 소화했고, 과거 현재 미래의 유령의 목소리 연기를 해냈다. 특히 처음 등장하는 과거의 유령은 짐 캐리의 코미디 본능이 집약된 캐릭터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3D 입체 효과다. 특히 카메라가 런던 시내를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는 오프닝 시퀀스는 압권이다. 카메라는 런던의 지붕들을 내려다보며 첨탑을 피해 미친 듯이 날아다니다가 좁은 런던의 골목으로 활강한 뒤 온갖 캐릭터들을 피해 나간다. 카메라가 캐릭터와 배경의 포커스를 빈틈없이 조절해내면서다. 덕분에 관객들이 실제 느끼는 입체적인 공간감은 경이로울 정도다.
여기에 실사를 더해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크리스마스 캐럴’은 한마디로 테크놀로지와 영화예술의 경이로운 앙상블인 셈이다.
그런데 로버트 저메키스는 지금 하필 스크루지 영감 이야기를 선택한 걸까.
“원작을 보면 과거의 유령은 머리에서 섬광이 퍼져나온다. (테크놀로지의 발전 덕에)이제야 우리는 디킨스가 집필한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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