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충청에 대한 약속 지켜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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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충청에 대한 약속 지켜져야”

인/터/뷰 여인국 과천시장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27 4면
  • 대담.정리=박태구.사진=손인중 기자대담.정리=박태구.사진=손인중 기자
“정부가 연기·공주 주민들에게 한 세종시 건설 약속은 꼭 지켜져야 합니다. 다만 정부부처 이전과 함께 세종시 발전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등 정부과천청사가 입주해 있는 여인국 과천시장의 말이다. 여 시장을 만나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종시의 자족기능과 효율성 문제에 대한 의견 및 과천시와 비교해 본 세종시의 바람직한 건설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과천시의 자족기능이 많이 부족한 걸로 알고 있는데, 해결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우리 과천시는 자족기능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세수의 약 45%가 경마장에서 나오는 레저세로 충당하고 있고 나머지는 지방세 등으로 살림살이를 하고 있다. 산업에서 들어오는 세금은 미미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정보타운 108만 9000㎡(33만평)를 개발해 자족기능도 유치하고, 화훼종합센터도 짓고, 복합문화관광단지도 조성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해 자족기능을 스스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청사가 과천시에 있지만 도움이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세금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당초 청사가 들어왔을 때 공무원들이 분양을 받아서 많이 살았었지만, 과천시의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고 비싸다 보니 지금은 많이 떠나고 거주인구도 많이 줄었다.


-과천정부청사가 도시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는지.

▲정부청사가 있기 때문에 일단 브랜드 가치는 있다. 그러나 지방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세수도 안 걷혀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는 공무원들이 바쁘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퇴근 후에도 집에 가기 바쁘고 지역에서 소비활동을 안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청사 공무원들은 수도권 전철이 잘 돼 있어 서울, 안양, 안산 등지에 많이 살고 있다. 통계를 뽑아보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청사공무원 20%가량이 과천시에 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과천시 인구는 7만 2000명이고 정부청사 공무원은 5000~6000명 정도다.


-과천정부청사도 행정의 비효율성이 있다고 보는가.

▲과천정부청사도 비효율성이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평생 공무원을 했기 때문에 잘 안다. 관계부처 간의 협의가 많이 있는데 그런 회의는 장관만 하는 게 아니고 과장, 국장, 1급 회의도 하고 장관회의도 한다.

서울에서 회의가 있으면 가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리게 돼 비효율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정부부처들이 세종시로 간다고 하면 의견교환 시간 등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돼 비효율성이 우려된다. 국회가 회의를 상설화시키려고 하는 추세에 있어 비효율성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과천시장과 과천시민으로서 연기·공주에 건설하려는 세종시를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균형발전 차원과 인구를 분산시키고 그 곳(세종시)을 발전시키는 목적이라면 청사가 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청사가 여기 있어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세수가 많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달랑 청사만 이전해선 공무원들만 근무하는 것 그거 하나인데 충청지역에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족기능이 필요한 이유다.


-세종시에 자족기능과 비효율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가장 큰 문제점은 비효율성이다. 청사가 옮겨 가면서 자족기능이 확보된다는 생각은 맞지 않다. 공무원들은 소비의 주체가 아니고 격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렇게 할 시간도 없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오송역이 생기면 50분밖에 안 걸려 문제가 안될 뿐 더러, 과천과 비슷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KTX가 5분 단위로 있는 것도 아니고 과장, 국장 등 실무자들이 업무에 바쁜 상황에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아 비효율성의 문제가 야기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세종시에 자족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유치에 나서고 있는데 어떤 기업들이 가야 한다고 보나.

▲입지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유치하려고 하지 말고 기업이 올 수 있게 여건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기업은 그래도 여러 가지 업무하는데 있어서 행정부처에 비해 제한이 많지 않아 여건만 잘 갖춰지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만 주면 많은 기업들이 세종시로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고 고용을 창출시키는 기업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충청도민에게 정부청사가 가서 지역균형발전도 시키고 그 지역도 활성화 시키겠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청사가 가서 그러한 효과가 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충청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부청사 옮기는데 얼마를 쓰려고 했다면 그 예산을 다 써서 기업도 유치하고 해야 한다. 연기·공주를 발전시키는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러나 그 약속을 지키려면 청사 이전과 동시에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가 세종시 이전 기업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해 몇몇 기업들이 투자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성사여부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여건만 잘 만들어 준다면 상당히 많은 기업이 세종시로 갈 것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 규제가 30년 넘게 해 오고 있는데 균형발전이 성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을 꽉 묶어 놓는다고 지방에 기업들이 꼭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종시처럼 여건을 잘 만들어 주면 기업들이 잘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것보다 대학 등이 가야 도시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대담·정리=박태구·사진=손인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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