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영 백석대 교수 |
그 시기가 바로 11월 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2009년은 매우 바쁘고 힘들었던 것 같다. 많은 일들을 묶어 뒤로한 채 2009년은 과거로 가고 있다.
2주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었다. 새로운 미래에 대한 관문인 수능고사를 치르러 가는 수험생들을 보니 참으로 마음이 무겁고 안타까웠다. 마치 심판을 받듯 초췌한 모습으로 그들은 기나긴 인생의 항로를 출발하게 된다.
천사 같은 어린 청소년들이 겪어야 하는 많은 시험과 역경 그리고 수많은 선택을 눈앞에 두고 그들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자신이 치르게 된다. 그들은 미래에 닥칠 어떠한 운명도 모르는 채 인생여행이 시작된다.
오래전 젊은 날 나 역시 많은 시험을 치르며 깊은 고뇌에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여기까지 왔다. 오늘이 지나면 어제가 된다. 어젠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옛 어른들이 시간은 지나면 붙잡을 수 없다고 말했던 속 뜻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고로 한번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된다.
옛말에 “자식 제멋대로 못 키운다”란 말이 있다. 아무리 훌륭한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자신의 선택여지에 따라 잘 자랄 수도 있지만 불행해 질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끝까지 우겨 행동에 이르렀을 때 부딪혔던 불행은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해도 안하고 놀고 싶다.
좋은 친구를 사귀어라 해도 결국엔 자신에게 편한 친구를 사귀게 된다. 돈을 아껴 써라 해도 낭비벽으로 저축도 못한다. 나쁜 음식 먹지 말라 해도 먹고 나선 배탈이 난다. 부모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선택한다.
M.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 할 길중에서 “가장 결정을 잘하는 사람들은 자기의 결정에 따르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할 용의를 가진 사람들이다. 한 사람의 위대성 척도는 고통을 감수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결정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어떠한 고난이 와도 이는 곧 자신의 몫인 것이다.
오늘 아침만 해도 10분 더 잘 것인지 일어 날 것인지, 아침을 먹고 출근 할 것인지 그냥 출근 할 것인지, 검정 옷을 입을지 흰 옷을 입을지, 하이힐을 신을지 운동화를 신을지, 운전속도를 100㎞로 달릴지 120㎞로 달릴지, 오는 전화 받을 것인지 안 받을 것인지.
이렇게 사소한 일들만 해도 많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인생은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게 된다. 겨울비 내리는 싸늘한 오늘 옷깃을 여미고 생각해 보자.
내가 지금 무엇을 선택하려 하고 있는지.
누군가의 충고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선택한 일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은 있는지.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는지.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각오는 되어있는지.
선택 또 선택.
아마도 우리의 운명이 다할 때까지 선택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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