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윤도 건양대 교수 |
지난해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결혼이민자 수는 124개국에서 17만명(귀화자 5만 포함)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5년간 국내에서 결혼한 100쌍 중에 8쌍이 외국인 여성과의 국제결혼이라는 사실과 이들 사이에서 출생한 2세들의 숫자까지 생각하면 우리가 통틀어 ‘다문화가정’이라 부르는 인구의 수는 훨씬 늘어난다.
이같은 현상은 신부를 구하기 어려운 농촌에서 특히 심해, 결혼 3쌍 중 1쌍은 국제결혼으로 다문화가정이 농촌의 새로운 가족형태로 등장하면서 우리나라는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라 할 수 없게되었는데도 우리의 인식은 여전히 단일민족국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인종차별적인 행동이나 타문화에 대한 배타심은 물론 국제결혼으로 맺어진 다문화가정 내에서의 갈등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신부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는 인권침해적 사례는 물론, 경제적으로 낙후된 국가에서 왔다고 상대방 문화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우리 문화와 관습을 강요하고 있다.
지난 여름 한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대상으로한 강좌에서 대부분 한국인 남편들의 아내에 대한 불만은 한국말을 빨리 못익힌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에게 백지를 나누어주고 아내의 나라말을 아는 대로 10가지씩만 써보라고 했더니 예상대로 정확하게 10가지를 쓸 수 있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기껏해야 두세마디 쓰고는 그만이었다.
이렇듯 다문화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상호 이해에 있다. 어느 한 쪽에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가 되지 못한다.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해주면서 서서히 우리 문화를 익히게 해야 한다. 더구나 외국인 결혼이민자들이 그들이 나은 우리 2세의 교육을 일선에서 맡고 있다는 측면에서 그들에 대한 우리말과 우리 문화에 대한 올바른 교육은 매우 중요해진다.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시대의 도래로 2050년에도 외국인이 우리 인구의 35%를 차지할 것이라는 미래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외국인이민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동화 교육’은 하루가 시급한 실정이다. 다행히 다문화교육의 중요성을 간파하여 다문화교육학부를 개설한 대학이 나오고 있고 다른 대학들도 관심을 보이는 등 다문화교육에 대한 학문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같이 현실적인 필요성 이외에 한류의 영향으로 아시아 전역과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도 한국말과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얼마전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표기글로 사용케한 것은 한글의 세계화적 가치를 일깨워준 것으로 우리 민족이 갖고 있던 한국말의 우수성과 함께 한글의 우수성도 널리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그에따라 네팔, 라오스의 산악부족 등 문자가 없는 부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하자는 운동도 이루어지고 있고 한글 디자인을 통한 세계적인 상품화 등 다양한 한글 확산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한국말과 한글, 한국문화의 세계적인 보급을 위하여 정부의 통일된 추진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련된 교수방법을 개발하고 교재를 만들고 교원을 양성하며 다양한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정부기구 말이다. 현재와 같이 법무부에서 조금,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조금하는 식으로는 시너지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세종대왕 동상을 광화문 세종로에 번듯이 모셨듯이 차제에 ‘한국어문청’ 을 설립하여 바른 어문정책과 함께 올바른 말과 글의 국내외 보급정책을 전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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