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적자생존, 기록하는 자가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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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덕]적자생존, 기록하는 자가 승리한다

[수요광장]박상덕 국가기록원장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1-25 21면
  • 박상덕 국가기록원장박상덕 국가기록원장
적자생존. 다윈의 진화론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적는(기록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의미로서 기록인들 사이에 흔하게 쓰는 말이다.

▲ 박상덕 국가기록원장
▲ 박상덕 국가기록원장
아무리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은 사람도 비록 서투른 솜씨일망정 기록하는 사람만 못하다는 `총명불여둔필(聰明如鈍筆)'이란 고사성어도 있다.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 하듯이 우리가 보고 듣고 기억한 것은 얼마 가지 않아 잊어버리기에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하지만 기록이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거나 기억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기록이 모이면 정보가 되고, 정보는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알 수 있게 해준다.

가끔 어떤 일의 전개 과정을 지켜보면 과거와 똑같은 난관에 부딪히거나,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만일 그때그때 잘 정리해 둔 기록을 활용한다면 동일한 일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시행착오는 겪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록을 잘 보존하고 관리하여 후대에 전해주는 일 뿐만 아니라 그 기록을 활용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우리 민족의 위기 극복과 성장의 역사를 보여주는 기록물을 소개하는 `대한민국 희망기록전'을 열어 연인원 18만여명이 관람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운 시기에 국민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또한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편지, 일기, 사진, 동영상 등을 모아 `기록으로 다시 찾은 희망이야기'라는 UCC를 제작하여 유명 포털에서 히트수 10위권 안에 랭크되는 호응을 얻기도 하였다.

11월에는 국가기록원이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을 학교 교육에 활용하도록 `노래로 배우는 한국 현대사'를 온라인으로 구축하여 서비스하였다. 노래라는 친근한 매체를 통해 학습 의욕을 돋우고 재미있게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밖에도 중요한 기록물의 해제집 발간은 물론 일제시기 건축도면 등 주요 역사기록물을 유형별, 주제별로 편찬하여 필요한 곳에 보급하고 있다. 또한 기록물의 적극적인 활용을 위하여 30년이 경과된 비공개 기록물 800여만건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같이 행정박물 및 기록물을 활용하여 이용자 유형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기록은 활용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선조들의 철저한 기록 문화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조선시대 의궤는 궁중의 길흉의례 및 국가적 행사가 있을 때 그 의식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책이다. 행사의 참여자와 논의과정은 물론, 의식의 세부절차, 행정 문서, 예물 목록, 각종 소요 물건의 품목과 그 제작자, 급여 등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러한 기록을 참고자료로 삼아 다음 행사에서 유용하게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근래 각 기관·단체에서 이러한 전통을 이어 각종 행사 기록을 남기겠다는 언론 보도를 접할 때마다 기록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것 같아 흐뭇한 생각이 든다.

기록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가기록원이 기록 생활화를 위한 계기를 마련하는 이유다. 지난 5월에는 대전정부청사에서 백일장을 개최하여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여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고 체험하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많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청사의 시설도 관람하며 즐거운 추억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에는 기록 사랑과 기록생활화 의식을 확산·파급하고자 일기공모를 시행하였다. 첫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38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하는 성황을 이뤘다. 응모작의 질도 무척 높고, 호응도가 높아 내년에는 확대 시행하기로 하였다. 다만 응모자들의 80%이상이 초등생인 점은 아쉽다. 중·고교 등 상급학교로 진학하면서 일기를 쓰는 학생들이 현저하게 감소하는 듯하다. 단순히 학습 성적 향상만을 위해서, 자신의 평생 자산이 될 기록 습관의 싹을 잘라서야 되겠는가.

기억은 짧고 기록은 길다.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면 누구나 어제보다 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을 더 나은 상태로 만들 수 있음을 명심하자. 오늘날 우리는 직접 경험하거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와 지식을 계속 접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을 그때그때 기록하여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개인이나 조직이나 남보다 앞서 갈 수 있으며, 경쟁에서 승리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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